"진짜? 아저씨도 능력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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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위해 몸을 풀던 용사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별 능력은 아니야."
"어떤 능력인데요?"
"궁금해?"
"네."
남자는 자신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는 용사를 보며 양손에 끼고 있던 장갑을 벗었다.
그리고는 오른손 검지와 엄지로 왼손등을 꼬집으며 위로 살짝 들어 올렸다.
그러자 손바닥만한 종이가 손등에서 솟아나 떨어져 나왔다.
"자."
남자는 그 종이를 용사에게 건네주었다.
종이를 받은 용사는 그것에 글씨가 쓰여 있는 걸 보고 읽었다.
"얼음물에 손을 담갔다? 뭐예요 이게?"
"네 몸에 붙여봐."
"제 몸 어디에요?"
"아무데나."
용사는 남자가 시키는 대로 자신의 손등에 종이를 붙였다.
"앗, 차가!"
용사는 갑자기 느껴진 차가운 기운에 깜짝 놀라 손을 강하게 털어냈다.
종이가 떨어지자 차가운 느낌은 사라졌지만 기묘한 감각이 남아있었기에 용사는 자신의 손을 주물럭거렸다.
"으, 느낌 이상해."
"이게 내 능력이야. 내 기억을 떼어내서 남에게 전달할 수 있어. 그렇다고 내가 기억을 잃는 건 아니고 기억을 복사하는 거야."
남자는 말을 하며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잡아 다시 자신의 손등에 붙였다.
손등에 붙은 종이는 스며들듯 사라졌다.
남자의 능력이 신기하다고 혼잣말하던 용사가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
"그럼 다른 기억도 줄 수 있어요?"
"어떤 거?"
"음... 마법 쓰는 법이라던가, 검술이라던가. 아니면 그냥 지식도 좋고요."
용사의 속셈을 읽어낸 남자가 피식 웃었다.
"잔꾀 부리지 말고 열심히 수련하세요, 아가씨. 강해지는데 왕도는 없습니다."
"쳇, 치사하기는."
"이제 쉴 만큼 쉬었지?"
남자는 벽에 기대두었던 막대기 두 개를 들어 하나를 용사에게 던져주었다.
날아오는 막대기를 낚아채듯 받은 용사는 가볍게 몇 번 휘둘렀고, 남자는 용사와 적당히 떨어진 곳까지 걸어가 바닥에 막대기를 몇 번 두드린 다음 자세를 취했다.
"하앗!"
용사가 기합과 함께 땅을 박차고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용사의 팔길이만한 긴 막대기가 공기를 찢으며 남자의 왼쪽 다리를 향해 휘둘러졌다.
실력 있는 전사라도 막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강력한 공격이었지만 남자는 미리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다리를 살짝 뒤로 빼는 것만으로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용사 역시 첫 공격이 빗나갈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진짜로 노렸던 것은 상대의 다리가 아니라 몸통이었다.
용사는 그대로 왼쪽 어깨를 남자의 몸통에 들이박았다.
용사보다 남자의 체격이 더 좋았지만 속도와 기세가 있었기에 남자는 그 태클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고 살짝 휘청였다.
"크윽!"
"윽!"
용사 역시 자신보다 체중이 더 많이 나가는 상대를 들이박았기에 미리 대비를 하고 있었어도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 충격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단련되어 있었기에 곧바로 다음 공격을 이어갔다.
팔, 허리, 목, 다리, 가슴, 머리, 손목.
용사는 한 번 잡은 기세를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막대기가 막히면 주먹으로, 간격이 좁혀지면 팔꿈치로, 하반신이 비면 다리로, 거리가 벌어지면 다시 막대기로.
쉼 없이 쏟아지던 공격들은 마침내 남자에게 한 번의 틈을 만들어 냈다.
"크윽!"
용사가 올려 친 막대기를 제대로 막지 못한 남자의 팔이 크게 올라가면서 동시에 옆구리가 노출되었다.
"하아압!"
용사는 기합을 내지르며 무방비 상태가 된 약점을 공격하기 위해 스텝을 내디뎠다.
하지만 그 순간
"흡!?"
용사는 앞으로 내디뎠던 오른발이 갑자기 쑥 꺼지는 느낌을 받으며 무릎이 꺾임과 동시에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나마 용사가 넘어지는 걸 본 남자가 같이 넘어지며 그녀를 받아줬기에 얼굴이 땅에 처박히는 건 면할 수 있었다.
남자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용사를 품에 안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잠시 후, 용사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자 남자가 그녀를 살짝 밀어내며 물었다.
"괜찮아?"
"네, 네."
용사는 여전히 놀란 상태였지만 그래도 조금은 정신을 차린 것처럼 보였다.
남자는 용사를 완전히 옆으로 밀어서 앉힌 다음 자신의 몸을 털어냈다.
갑자기 자신의 무릎이 풀린 이유를 알 수 없어서 혼란스러워하는 용사를 보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내가 마물을 상대하는 법을 알려줄 때 했던 말 기억해?"
"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 것, 내 전력을 감추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의 의표를 찌를 것."
남자는 말을 하면서 용사의 신발에 붙은 종이를 떼어 용사에게 건넸다.
"항상 상대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걸 명심해."
용사는 종이에 적힌 글을 빠르게 읽었다.
계단이 한 칸 더 있는 줄 알고 발을 헛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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