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뭄바이 공항에서 담배 피운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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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쯤 되었던것 같다.

1년정도 다니던 직장이 폭발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백수가 됐다.

이때는 감수성이 폭발하던 시기라, 나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깨달음을 얻고자 인도로 떠나기로 했다.

14박 15일 인도 여행은 매우 고달팠고, 지리적 차이에 따라서 인간이라는 종이 어디까지 달라 질 수 있는지(주로 나쁜쪽으로),

그리고 내가 이렇게 이러한 불운한 인간들에 비해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것 자체에 대한 감사함이 생겨날 정도가 되었을때 마무리가 되었다.

 

지금은 담배를 끊었지만 이때는 담배를 피울때고, 담배쟁이는 어디서든 담배 피울 자리부터 보게 되는 법이다.

인도에 질려버려 빨리 공항도착해서 체크인을 했으나, 체크인 후에는 흡연구역이 없는걸 알아버렸다.

(뭄바이 공항은 공항 전체에 흡연구역이 없다)

비행기가 뜨기에는 2시간이 넘게 남아있는데다, 몸도 마음도 축나버린 상태에서 담배 생각만 간절히 나는 상태가 되버렸다.

마침 옆에 지나가던 청소하는 직원의 상의 앞주머니에 담배갑이 보였다.

200루피짜리 지폐한장을 손에 쥐고 헬로 마이프랜드를 외치며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주위를 살짝 살핀뒤에

야 너 담배피네, 어디서 피냐?

담배 졸라 피고싶어 죽겠다 나좀 살려줘라 라고 이야기 하며 돈을 건냈더니 씨익 웃는다.

이때는 왜 웃는지 몰랐다.

 

저기 코너 돌아가면 바 하나 나오는데, 바탠더한테 콜라 하나 달라고 그러란다.

코너를 돌아가니 과연 비행기 타기전 간단하게 맥주나 와인 마실수 있는 바가 보인다.

콜라를 시키고 아무 말이 없길래, 담배 피는 시늉을 하니 이 바텐더도 씨익 웃더니 바 옆에 았는 뒷문을 열어줬다.

 

어두컴컴한 방 안으로 들어가보니, 연기가 가득 찬 방이 하나 나왔고 거기엔 한눈에 봐도 갓 스물 넘긴듯한 외국인 남녀들이 지저분한 소파에 앉거나 기대어서 담배 같아 보이는 뭔가를 열심히 빨고 있었다. 하나같이 눈깔이 흐리멍텅하고 뭐가 신나는지 흐흐흐흐 웃고있다.

나도 자리를 잡고 담배를 하나 피려고 하는데... 그런데 냄새가... 담배 연기가 아니다.

그렇다, 이 인도직원은 내가 Where can I smoke 라고 하면서 손동작을 하니까 영어는 못알아듣고 손만보고 대마인줄 알고 대마쟁이들 비밀 공간을 알려준거다.

 

그래도 이때는 뇌가 담배 생각 이외의 생각을 대부분 차단 해버렸기 때문에, 그냥 나도 여기 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때 어떤 대마쟁이가 며칠전에 산 잼배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연주할줄 아냐고 하는거다.

난 단 한번도 잼배를 배워본 적이 없었지만, 이미 다른 대마쟁이들도 여럿이 몰려들어 흐리멍텅한 눈에 웃음을 흘리며

함 해봐!, 야 여기 이 아시안이 잼배 연주한데! 하면서 주변 대마쟁이들을 더 부르고 있었다.

 

분위기에 이끌려 어쩔수 없이 잼배를 마구잡이로 두들겼다, 아는 장단이나 박자가 있나, 투애니원 파이어 박자에 맞춰서 대충 두들겼다.

정적이 잠시 흐른 후.... 이 새끼들이 홀리 쉿 유 존나 기프티드! 오 홀리 좆! 하면서 광란의 도가니가 됐다.

다들 취해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나보다.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담배피면서 잼배치다가, 비행시간 다됐다고 도망치듯이 방에서 나왔다.

 

나가는 나를 보고 뒤에서 바텐더가 좋은시간 보냈니? 하고 물어봤다.

나는 그냥 엄지손가락을 들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때가 13년 전이다.

지금도 그 바 옆에 비밀의 문이 있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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