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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2 단편소설 '탈출' 중

 

 

 

외벽에서 꽤 떨어진 곳에 저그가 수백 마리, 아니 수천 마리 모여 있었다. 아직 이쪽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흥분한 채 웅웅대는 모습이 찬에게 보였다. 저글링 떼,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는 거대한 벌레들이 우글거렸다. 하늘 높이 뮤탈리스크가 날개를 펄럭이면서 느긋하게 선회했다.

 

유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찬은 흥분한 채 창문 가까이 다가갔다. "저기라고! 공습을 요청해! 지금 핵폭탄으로 요격하면, 모두 한꺼번에 쓸어버릴 수 있어!"

으스스하게, 마치 기계 같은 말투로 유령이 단 두 마디를 내뱉었다.

 

"이미 했다."

 

찬은 눈을 감았다. 달콤한 안도감이 몰려왔다. 곧 공습이 시작되겠구나. 이제 모두들 집에 갈 수 있어. 그는 심호흡을 하며 얼굴의 땀을 닦고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이미 저 먼 곳에서 수송선의 엔진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이제 아무 문제도 없었다.

 

바닥의 붉은 점 하나만 빼면.

 

유령의 손이 머리 쪽을 향하더니 보안경이 덜컥 열렸다. 그 뒤의 눈은 흰 색으로 번들거렸고,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기계처럼 비틀거리며, 유령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을 때, 유령의 척추에서 뻗어 나온 녹색 촉수가 목과 머리를 움켜잡고 있는 게 보였다. 지금 유령의 모든 행동을 제어하고 있는 신경 기생충의 촉수였다.

 

"이미 했다." 유령이 다시 말했지만,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대신, 입 주위의 근육이 움직이며 마치 미소를 짓는 듯한 곡선을 그렸다. 미소가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는 존재가 만들어 낸 역겹고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유령이 뒷걸음질쳐 다시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찬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은폐 장치가 작동하면서 보인 으스스한 번쩍임뿐이었다.

 

찬의 입이 떡 벌어졌다. 온 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바닥의 붉은 점은 계속해서 깜빡였고, 으르렁거리는 엔진 소리는 점점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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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살아남는다고 해도 절대 그거 잊고 살 수는 없을 거다."

-야전교범 신경 기생충 설명에 적힌, 해병의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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