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촬영 중 마찰이 생긴 감독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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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편집위원 | 이 영화는 당신의 영화기도 하지만 배우들의 영화기도 하다. 주인공 엄중호 역의 김윤석은 배우 생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아 특히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나홍진 | 운명에 감사할 뿐이다. 처음부터 수월한 것은 아니었다. 신인감독이니까 왜 시험기간이 있지 않나. 스탭들도 그렇지만 배우들도 과연 이자를 믿을 수 있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대립하는 순간들이 있다. 내 경우에는 촬영 일주일쯤 지나서 김윤석 씨와 대립이 있었다. 촬영을 잠시 멈추고 격하게 고성이 오갈 정도로….
김영진 편집위원 | 어떤 장면을 찍을 때 그랬나.
나홍진 | 엄중호가 자신이 부리는 출장안마사 미진이 사라지자 미진을 찾으러 다니다가 주택가에 세워놓은 미진의 마티즈 승용차에서 휴대폰을 누르며 계속 기다리는 장면 있잖은가.
사소한 연기의 디테일에 서로 의견이 맞지 언성을 높이게 되었고 가벼운 주먹다짐까지 가게 되었다.
김영진 편집위원 | 무엇 때문에 서로 의견이 엇갈렸나.
나홍진 | 나는 엄중호가 혼자 있는 상태의 분위기에 젖어 이런저런 사소한 행동을 할 것을 주문했고, 김윤석 씨는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연기할 것을 원했다.
결과가 큰 차이가 없을지 모르지만 손동작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시선을 어떻게 둘 것인가 따위에서 좀 다르다.
바빠 죽겠는데 우리 두 사람이 의견이 맞지 않으니까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잠시 함께 가시죠?” 하고 근처 골목길에 가서 스탭들의 눈이 있으니까 조용히 얘기하려고 했다. 근데 거기서 고성이 서로 오가고 약간의 주먹다짐이 일어났다.
다들 결론이 어떻게 날 건지 궁금했겠지.
어떻게 그 장면을 내가 원하는 대로 찍고 해산했는데, 다음 날 아침 일찍 김윤석 씨에게서 전화가 온 거다.
난 빤스 차림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감격해서 울 뻔했다.
김윤석 씨가 그랬다. “
당신 잘했다. 당신 말이 맞는 것 같다. 밤새 고민했는데 그렇게 결론이 났다. 앞으로도 난 내 의견을 굽히지 않겠지만 당신도 절대 지지 마라. 당신이 지는 순간 우리 영화도 끝이니까.”
어떤 감독이 이런 말을 해주는 배우에게 감사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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