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럴 마케팅의 허상으로 구성된 걸그룹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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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지난 21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페이스북 페이지 ‘아이돌 연구소’ 실제 소유주라는 기사가 나왔다
카카오엔터가 “아이돌 연구소 페이지를 자사 콘텐트 마케팅 활용 등을 위해 인수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뮤직 마케팅팀에서 아이돌 연구소 SNS를 관리해왔다”는 전언이다. “바이럴 마케팅을 하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인수한 뒤 이를 운영”했다고 한다.
 
구글 웹 페이지에서 검색해 보면, 해당 페이지에는 카카오엔터 산하 레이블 소속 특정 걸그룹에 관한 게시물이 여타 회사들 걸그룹에 관한 게시물보다 훨씬 많이 올라온 게 확인된다. 즉, 이 뉴스는 본연의 보도 취지와 별개로, 케이팝 신에서 공공연히 의심되던 ‘아이돌 바이럴’의 존재를 확인해 준 셈이다.
 
요즘 아이돌 커뮤니티에서 자주 뱉어지고 눈에 띄는 단어는 ‘실체’다. 어떤 그룹은 언론 플레이만 요란하지 까 보면 ‘실체’가 없다, 이 그룹이야말로 진짜 대세 그룹이며 ‘실체’를 가지고 있다… 이런 어법이 유행하는 건 뒤집어서 아이돌 그룹이 너나 할 것 없이 ‘실체’가 보편적으로 부족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뜻이다. 이는 케이팝 산업에서 해외 시장은 커지고 국내 시장은 축소되고 있는 데서 오는 괴리감의 반영이다. 음반 판매량은 연거푸 천장을 뚫고 솟구치지만 내 주변에서 아이돌 얘기를 하는 사람은 없다. 이 괴리감을 채우며 나도는 것이 어떤 아이돌이 대세라는 느낌을 주는 뉴스와 입소문이고, 기획사들의 조직적 ‘바이럴’이란 의심을 산다.
 
재미있게도 이런 양상에 빠져 있는 건 보이그룹보다 걸그룹이다. 쉽게 생각해서, 보이그룹은 훨씬 ‘실체’가 두텁다.
 
아이돌은 그 어떤 상품보다 입소문에 좌우될 수 있고 취약한 면이 있다. 남들 같은 일상을 사는 ‘인간’에게 포장지를 씌우는 사업이기에 그들의 과거와 언행에 대한 평판, 연애 같은 프라이버시가 그룹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프라이버시를 포획하는 촬영 기기가 넘쳐나고 SNS 거미줄로 아차 하는 사이 소문이 번져 나가는 시대에 케이팝처럼 외부 요인에 취약한 산업도 드물 것이다. 이 점이 포화된 걸그룹 시장에서 경쟁 그룹의 평판을 저해하는 ‘역 바이럴’의 동기가 된다. ‘더쿠’와 ‘네이트 판’ 같은 연예 커뮤니티에서 매일 같이 논란 글이 ‘핫게’로 가서 댓글을 모으고 외부로 퍼져나가는 것이 그와 무관할 리 없다.
 
십 년 전 이십 년 전처럼 몇몇 그룹이 대중적 사랑을 한몸에 받는 상황이라면, 사람들이 누가 인기가 있는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허상으로 대세를 만들 수가 없다. 지금은 아이돌에 관심 있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지표를 들이밀고 ‘여신’이니 뭐니 간드러진 찬양 글을 입을 모아 매일 같이 공급하면 “그래? 그런가 보다” 수긍할 수 있다. 이런 ‘입소문’이 페이스북 페이지, 트위터, 아이돌 커뮤니티, 유튜브, 일반 커뮤니티, 언론 매체를 성공적으로 순회하면 작은 문화 현상이나 여론을 창조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팔로워 130만짜리 페이스북 페이지를 인수한 거대 엔터기업이 유튜브나 SNS에 그에 준하는 마케팅 기지를 가지고 있다고 짐작한다면 무리한 추론은 아닐 것이다.
 
 
 
 
 
 
1.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아이돌 바이럴마케팅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2. 남돌 보다 여돌의 바이럴이 더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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