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췌장암 진단을 받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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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끼리 그저께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의사가 어머니 결과에서 혹 같은게 보이니 정밀검사를 받아보라더라
에이 설마 잘못 나온거겠지 하면서 어제 전문병원에 검사를 받아보니
췌장암이 강력하게 의심되고 그 크기가 9x3.5cm에 다발성 전이되었을 가능성이 높단다
혹시 물혹 같은 것일 수도 있지 않냐고
약간 현실부정 같은 질문을 던져봤지만
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란다
아버지께서 가족들을 모아서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평생 우는 모습을 보여주신적 없던 분이 흐느끼시면서 말씀하시더라
어머니는 괜찮다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하셨지만
9cm라니
영어로 짧게 몇 줄 써진 소견서를 보니 몸이 싸늘하게 식고 떨림이 멈추질 않더라
아버지께서는 서울 병원에 예약을 해보시겠다고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하셨고
나는 췌장암과 관련된 글이나 카페에 가입해서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희망적인 이야기가 없었음
검색해봐도 2~3cm 정도 췌장암이 발견되고 어쩌구저쩌구
4cm 이상부터는 2기고 임파선 전이가 있으면 3기, 원부위를 떠나 다른 부위까지 전이되면 4기
조기 발견이 어렵다 항암치료 예후가 좋지 않다 수술이 불가능하다
우리 어머니
IMF때 아버지께서 큰 아버지새끼에게 속아서 보증 섰다가 빚 다 떠앉고 절망하셨을때도
그래도 우리 가족들이 건강한게 어디냐며 다시 일어서면 된다고
새벽부터 일어나 아파트 단지를 뛰어다니며 우유 돌리고 PC방 책방 학습지에
자격증 따서 논술교사까지 하시며 빚 갚으시고
명절마다 큰 아버지새끼가 찾아와서는 거들먹거리며 이번에는 어딜 여행갔니 차를 뭘 샀니 자랑하는 머리를 부숴놔도 모자랄 새끼한테
빚은 한푼도 안 갚아주면서 지 놀러다니는 이야기만 하는 개새끼라는 말도 면전에 안하시던 바보같이 착한 사람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우리 남매 대학도 다 보내주시고 우리 가족들 살 집도 사고
빚도 다 갚고 은퇴하고 모아둔 돈으로 프랑스 여행 가신다고 들떠있었는데
그림도 배워보고 싶으시대서 아이패드 프로랑 펜슬도 사드렸는데
대체 왜
우리 가족들은 건강하기만 하면 더 바랄게 없다며
아버지께 건강 걱정된다고 담배 끊으라고 핀잔을 주시고
재야의 종소리가 울릴때마다 가족들 건강만 비시던 분이
왜 정작 본인이 아픈거냐고 왜
이제 행복하실 일만 남았는데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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