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관이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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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네. 

역학조사관으로 근무한지도 벌써 3년째다. 

작년과 지금은 업무가 너무도 많이 달라졌다. 

동선파악은 안하고 있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감염취약시설에 대한 관리만 강화하고 있지. 

그런데 그 관리 강화라는 것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면역력이 안정화되어있는 성인에서는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정말 다행스럽게도 사망률이 압도적으로 낮았다. 델타때에 비하면..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은 정말로 지옥이었다. 감염에 취약한 사람들에게 특히 그러했다. 

DNR (Do not Resuscitate, 연명치료의향 없음) 에 서명한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아무 병원에나 입원해서 산소치료나 수액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연명치료에 해당하는 인공호흡기, CRRT 와 같은 기계가 없어도 되었기 때문이다. 즉, 사망에 임박한 상황이 오더라도 병원에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들이 입원할 병원이 많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DNR 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 어떠한 방법으로든 살기를 원했던 사람들은 인공호흡기, CRRT 등 설비가 준비된 병원에만 입원해야 했고 (악화 시 대처가 가능한 병원) 그래서 병원을 찾지 못해 돌아다니다가 숨을 거두는 상황이 하루에만 수십건 나왔다. 

살기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삶에 대해 미련이 없는 사람들이 살아나는 역설적인 지옥. 

이 지옥이 지금도 다시 스멀스멀 피어오르려 하고 있다. 

 

넓게 보면 아산병원 간호사의 사망사고와도 연관되어 있는 문제다. 

우라나라에서는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살고자 하면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응급처치를 하고 응급시술 / 응급 수술을 하고..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인력 물자 모든것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난 아직도 코로나19 환자의 뇌졸중 사례를 잊을수가 없다. 

신고가 들어오자마자 백방으로 병원을 알아봤지만 결국 4시간반이라는 골든타임을 놓쳐버렸고, 

어떻게 병원에는 갔지만 끝내 사망하셨다. 내가 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살릴 수 있었을까.. 여전히 가슴에 맺혀 있는 사례다. 

 

작년에 글을 쓰면서,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할 수록 질병에 더 취약하며, 병이 점점 그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제 코로나19 는 완전히 그런 병이 되어버렸다. 일반인에겐 감기, 일용직 노동자는 생계가 끊겨버리고, 요양병원에선 저승사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관리를 강화하라고 자꾸 그런다. 근데, 관리만 강화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감염관리엔 돈이 든다. 시설이 갖춰져 있어야 하고, 훈련받은 인력이 있어야 한다. 공짜가 아니다. 

그런데 취약계층에게는 누구도 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단지 사고나 치지 말았으면 하는 정도의 인식 뿐이다. 

이게 행정부의 문제인지,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건 감염취약계층의 사망률이 오미크론 시기에 일본보다 높았다는 건 사실이다. 

그 일본보다 말이다. (물론 일본의 취약시설 입소자들은 델타 시기에 대부분 사망했다는 특징이 있긴 하다.)

 

나는 백신 이상반응 일도 겸임하고 있다. 요즘들어 신고건수가 확 줄긴 했지만 여전히 신고는 들어오고 있다. 

여러가지 논란이 많지만, 난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보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보상을 하는 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의사들이 병원에서 이상반응이라 신고를 하는 즉시 수가 청구가 가능하고, 만약 오신고이거나 엉뚱한걸 이상반응이랍시고 신고한거라면 보험사기에 해당하므로 삭감하면 된다. 대신 이상반응의 보험청구 기준을 명확하게 일선 의료진에게 전달하면 된다. 

백신맞고 39도의 열이 3일동안 난 사람이 응급실에서 50만원 넘게 썼다고 가정하자. 

이사람이 일용직 노동자라고 하자. 

이사람이 보상을 받으려면 의무기록을 다 떼서 (여기서도 돈이 든다) 보건소에 가서 (하루 일을 쉬게된다) 서류를 제출하고 신고를 하고, 현재 일처리 속도로 보면 거의 9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이미 생계는 박살난 상태가 될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행정이냐.

이러니 돈은 돈대로 많이쓰고 (실제로 보상 범위와 규모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탑이다) 신뢰는 신뢰대로 못 얻는거다.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다. 

어쨌든 코로나19 는 여전히 어떤 사람들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은 병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시 마스크를 실외에서도 쓰고, 손소독제를 시간마다 쓰고.. 이러자는 의도로 쓴 글은 아니다. 

똑같은 코로나에 걸려도 더 취약하고 더 위험한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주기만 해도 좋겠다. 

그걸 인식하고 경각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 나라가 취약한 사람들에게 더욱 온정적인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다. 

 

모두 건강해라. 아프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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