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사망 사건 보고 적어보는 아버지 빵공장 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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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30~40년전 이야기임
당시 우리 아버지는 한 식품공장에 납품 직원으로 있었음
지금은 없어진 식품제조사인데 사고 당시 아버지가 납품 담당하던 공장이 빵 종류를 생산하던 라인이었다고 함
그때도 반죽기는 있었는데 사진에 나온 교반기나 반죽기보다는 좀 더 투박한 형태였다더라고
여튼 그때 사고는 반죽기에서 벌어졌음
아버지가 있던 공장은 야밤에 납품 출발해서 남들 잘 시간에 전국을 돌아다니고 해 뜨기 전에 물건을 갖다 놓는 방식이었다고 함
사고 당일도 다른 사람들은 슬슬 잠에 들 시간이었는데
라인 한 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함
뭔 소린가 싶어서 다른 납품 직원들하고 노가리 까다 말고 생산라인에 들어가 봤는데
반죽기 쪽에서 뭔가 일이 터졌다더라고
가 보니까 직원 하나가 반죽기에 반 쯤 들어간 상태였음
상반신이 밀가루에 파묻힌 채 반죽기에 말려들어가 있고 하반신만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고 함
반죽기를 끄고 끌어당겨도 회전축에 완전히 감겨버렸는지 도저히 빠지질 않으니 일단 119를 불렀겠지
119가 오는 동안 조금이나마 쇠 좀 만져본 아버지랑 몇몇 직원들이 수리용 산소 절단기를 가지고 옴
산소 절단기 가져오는 사이에 다른 직원들은 급한대로 반죽기에 들어간 재료를 마구 퍼내고 있었다고 함
피가 엉겨붙어서 반죽이 되다 만 재료들을 퍼내고 나니까 반죽기에 말려들어간 직원이 간신히 숨을 쉴 정도가 됐음
그렇게 산소 절단기로 어떻게든 반죽기를 잘라보려는데 이게 도저히 잘리질 않았다는 거야
식품기기는 대부분 스테인리스로 제작되는데 정작 스테인리스는 산소 절단기로 절단이 안 되거든..
아버지도 그걸 그 때 처음 알았다고 함
당시로선 유일한 절단 공구였던 산소마저 무쓸모라 발만 동동 구르는 와중에 다행히 119가 와 줬음
절단기로 반죽기 양 끝을 아예 뜯다시피해서 잘라낸 다음 반죽기 몸체를 평평하게 펼쳐버리고 가운데 회전축을 들어내는 걸로 직원을 간신히 꺼낼 수 있었다고 함
시대가 시대다보니 제대로 된 뉴스조차 안 나오고 공장은 다시 또 돌아갔지
아버지는 안 그래도 새벽 물류에 피로를 느끼셨고 와중에 인명 사고까지 보고 나니 도저히 공장에서 일 못하겠다고 하고 그만두셨음
그렇게 한동안 잊고 사시다가 이번에 빵공장에서 또 사람이 죽고 다치는 걸 보니 마음이 좋질 않으셨나봐
아버지가 하신 말이 대충 이랬음
"그땐 30-40년 지나면 하늘에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아톰도 만들어질 줄 알았는데 나오라는 아톰은 안 나오고 반죽기에 또 사람이 말려들어가네"
세상이 도저히 바뀌질 않는게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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