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의 역습: 사모펀드가 요양원을 인수하자 사망자가 10%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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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미국 버지니아 주 리치몬드의 갈색 벽돌 요양원 ‘노인을 위한 세인트 조셉의 집’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 예상 대기 기간이 3년이었다. 요양원 관리자 데비 데이비드슨은 요양원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했다. 그 이유는 요양원 소유주가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경로수녀회)’이기 때문이었다. 경로수녀회는 147년 동안 요양원에서 거주자들과 함께 살며 ‘집 같은 시설, 노인을 가족처럼’이라는 경영 철학을 구현하고 있었다. 


시설은 깔끔했다. 큰 참나무와 꽃이 만발한 목련 덤불에 둘러 싸인 부지에서 노인들은 나무 아치길과 잎이 무성한 덩굴을 지나며 깨끗하게 정리된 정원을 거닐었다. 밝은 2층 건물의 공용공간은 따뜻하고 우아했다. 그릇 진열장, 피아노, 지저귀는 새들이 있는 새장, 반짝이는 물고기가 있는 수족관이 있었다. 2005년 인도양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구호기금 마련을 위한 만든 기념품 가게는 거주자들이 직접 만든 앞치마와 행주를 팔았다.

경로수녀회는 쟌 주강이라는 수녀가 1839년 겨울 반신불수로 구걸하다가 쓰러져 있던 할머니 한 분을 거둬 돌보기 시작하면서 설립됐다. 1950년대 전성기 때에는 경로수녀회가 미국에서 52개의 요양원을 운영했다. 지금은 22개다. 원래 한 요양원에 10명의 수녀가 배정되었는데, 1965년 이후 미국의 수녀가 약 18만 명에서 3만9000 명으로 줄면서 많은 요양원을 처분한 것이다.

대부분의 요양원은 비영리단체에 매각됐다. 세인트 조셉 요양원도 리치몬드의 카톨릭 교구와 한 대규모 카톨릭 의료 시스템이 매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코로나 팬데믹과 미국 요양원의 폐쇄로 매매가 어려워졌다.

2021년 봄 뉴저지에 기반을 둔 사모펀드 회사 포르토피콜로 그룹이 세인트 조셉 요양원 매입 의사를 밝혔다. 미국 동부에 100여 개의 요양원을 운영하는 포르토피콜로는 인수하는 요양원의 운영방식을 바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거래는 그해 6월 마무리 됐고 포르토피콜로의 운영회사인 아코디우스헬스가 세인트 조셉 요양원을 운영을 맡게 됐다.

아코디우스헬스가 들어온 첫날 최고운영책임자인 킴 모로우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하지만 바로 그날 누군가가 한 방을 쓰는 사람 수가 바뀔 것인지를 묻자 모로우는 2배로 늘릴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모로우는 직원들에게 “모두가 열심히 일했다는 것을 알겠다. 하지만 이제는 똑똑하게 일하기 시작할 때”라고 했다.

100명의 직원 중 거의 4분의 1이 세인트 조셉 요양원에서 15년 이상 근무했다. 여가활동 담당자는 근무 45년차였다. 하지만 수녀원이 물러나자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었다. 간호사 수가 급감했다. 요양원에 72개의 침대가 있지만 어떤 날은 일하는 간호보조사가 2명뿐이었다. 화장실을 가려면 2명의 도움이 필요한 거주자도 많은데 말이다.

요양원의 이름은 캐롤우드가든스 요양원으로 바뀌었고 새로운 운영진은 메디케어를 통해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중증 노인들을 받을 수 있는 면허를 새로 신청했다. 2층의 수족관과 새장이 사라졌고 선물가게에서 거주자 공예품이 자취를 감췄다. 칠면조 테트라찌니, 가재소스를 곁들인 연어 등 손이 많이 가는 다채로운 메뉴를 제공하던 구내식당에서 간 고기를 내놓는 경우가 흔해졌다. 주방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거주자들이 식당이 아닌 각자의 방에서 혼자 음식을 받아먹는 경우도 많았다.

간병인의 도움도 얻기 어려워졌다. 세인트 조셉 요양원에 온지 6년 된 메리 커밍스(97)는 일주일 동안 목욕을 못했고, 베티 윈고(94)는 몇 달 동안 머리를 감지 못했다. 소변에 쩔어 갈색이 될 때까지 속옷을 갈아입지 못하는 것도 흔한 일이 됐다.

밥 컴버는 수녀들이 104세인 어머니 버사를 돌보는 것을 무척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포르토피콜로가 요양원을 인수한 후 버사는 점점 지저분해 보였다. 머리는 더러웠고 이는 플라그로 덮여 있었다. 아들 밥이 방문할 때마다 버사는 그에게 물을 달라고 했다. 버사는 점점 살이 빠졌고 엉덩이에 욕창이 생겼다. 밥은 간호사들에게 그런 상황을 얘기하려 했지만, 그럴 기회조차 없었다.

포르토피콜로가 요양원을 인수한지 4개월이 된 어느 날, 버사는 침대에서 자세를 바꾸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 버사의 의료 차트에는 그녀에게 모르핀이 필요한 경우 가족에게 연락을 하라는 지시가 기록돼 있었다. 약사였던 밥과 간호사인 여동생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간호사 한 명이 버사에게 모르핀 2밀리그램을 줬고, 2시간 후 또 다른 간호사가 2밀리그램을 버사에게 또 줬다. 버사는 이틀 동안 자다가 깨어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요양원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사모펀드의 요양원 투자액이 5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로 증가했다. 사모펀드에서 내건 명분은 효율성 증대였다. 행정 관리를 중앙 집중화하고 인력과 초과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2019년 경제학자 아툴 굽타가 이끄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팀이 사모펀드가 요양원 거주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굽타는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사모펀드가 요양원을 인수한 100여 건의 거래를 조사해 거주자의 이동성이나 통증 정도 등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는 우려스러웠다. 사모펀드가 요양원을 인수하면 사망자 수가 평균 10% 증가했다. 뭔가 실수가 있었다고 생각한 연구진이 연구 모델과 연구 전제를 모두 재검토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어느 사업에서나 이뤄지는 일이지만 요양원은 특히 비용 절감에 취약하다. 인력 충원이 요양원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요양원을 인수하면 직원 해고부터 이뤄진다. 그러나 이것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간호사와 간병인의 수가 요양원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간호사와 간병인이 적은 요양원의 거주자들은 목욕을 덜하고, 화장실이나 침대에 갈 때 도와주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더 많이 넘어진다. 탈수, 영양실조, 체중 감소, 자가 보고된 통증 수준, 욕창과 감염의 발생은 증가하고 거주자의 응급실 방문이나 입원은 빈번해진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사회학 및 간호학 명예교수인 샤를린 해링턴은 “예방할 수 있는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 간호사와 간병인 수를 줄이는 것은 범죄”라고 못박았다.

비용의 가장 큰 요인이 ‘인력 충원’이라면 매출의 가장 큰 요인은 ‘거주자 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요양원의 침대 수를 늘리려 한다. 문제는 기업이 침대를 안전하고 깨끗하게 유지할 이유가 크게 없다는 것이다. 메디케어는 요양원 거주자 한 사람당 하루에 585달러, 메디케이드는 245달러를 지원한다. 이 액수는 요양원의 서비스 질이나 평판, 거주자의 만족도에 상관없이 일정하다.

상황은 더욱 급박해지고 있다. 미국 국민의 6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다. 2035년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에서 65세 이상의 노인 수가 어린이 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실버 쓰나미’로 향후 5년동안 미국 요양원 산업의 수익이 25%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사모펀드 회사는 미국 요양원의 11%만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산업의 약 70%가 수익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그 중 사모펀드는 이익에 대해 더 높은 기대치를 갖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을 우려한 미국 의회는 요양원의 소유권 및 재정 관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들을 통과시켰지만, 올해 국립과학기술한림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투명성은 높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요양원의 규모에 상관없이 낮에 간호사 1명, 밤에 간호조무사 1명이 근무해야 한다는 연방 법률규정은 1987년 이후 변한 적이 없다. 한동안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재정부양책인 빌드백배터(Build Back Better) 법안에 요양원의 최소 인력 요건을 강화하는 안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미국 최대 규모의 요양원 로비 단체인 미국건강관리협회가 이에 강력히 반대하자 그 조항이 삭제됐다.

요양시설 사업에 뛰어든 포르토피콜로 사모펀드

1년 전 스탠퍼드 의대 시절 굽타의 논문을 읽었던 나는 요양원 인구를 직접 관찰하기로 결정했다. 사모펀드 소유의 요양원에서 사망자가 급증하는 이유가 가장 궁금했다. 요양원 산업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는 세인트 조셉 요양원이 곧 사모펀드에 인수된다는 소식을 접했고 그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포르토피콜로의 CEO인 심챠 하이먼은 요양원에서 일하는 어머니 아래에서 자랐다. 대학 시절부터 의료기기 공급업체인 라이트케어에서 일했던 하이먼은 그곳에서 현재 포르토피콜로의 대표인 나프탈리 잔지퍼를 만났다. 둘은 2012년 직장을 그만두고 울트라라는 의료기기 공급업체를 인수했다. 울트라는 저품질의 중고 제품을 사서 업그레이드한 후 가격을 크게 인상해서 이를 구매자들의 보험회사에 청구했다.

2015년 사모펀드에 울트라를 매각하고 이듬해에 포르토피콜로를 설립한 하이먼과 잔지퍼는 요양시설을 매입할 때 재정증명을 요구하지 않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첫 번째 요양원을 인수했다. 그들은 계속해서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대출을 여기저기에서 받아 무너져가는 요양원을 인수해 보수한 후 문을 열었다. 당시 개조 사업을 담당했던 직원에 따르면, 하이먼과 잔지퍼는 정원 충족률을 높이는 건 겉모습이라며 인테리어에 집중했다고 한다. 이후 포르토피콜로는 급속히 성장했다. 이 회사는 불과 6년 만에 플로리다부터 메릴랜드까지 9개 주에 걸쳐 15,000개의 침상을 갖춘 139개의 요양시설을 확보했다.

그러나 포르토피콜로의 요양시설들은 처음부터 직원 부족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간호조무사 1명이 50명을 돌보던 노스캐롤라이나의 요양원에서는 한 할머니가 소변 실수를 한 후 6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고, 플로리다의 요양원에서는 매일 활동해야 하는 할머니가 가족들이 방문하는 금요일에만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메릴랜드의 요양원에 있던 한 할아버지는 보험 처리에 문제가 생겨 괴저가 있는 발을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혈관 외과 의사와의 약속을 3번이나 연기했다. 할아버지는 이후 응급실에 실려갔고 다리 절단 수술을 받았다.

사모펀드 회사가 요양시설을 인수하면 서비스 수준이 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사모펀드 회사들이 애초에 서비스의 질이 낮은 요양시설을 인수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포르토피콜로의 운영회사는 세인트 조셉 요양원이 무너지기 직전의 상태였다며 자신을 구세주로 묘사했다. 하지만 세인트 조셉 요양원 직원들이 인원 감축에 항의했을 때 포르토피콜로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요양원은 간호사나 거주자에 관한 게 아니다. 요양원은 사업이다”.

포르토피콜로 인수 이후 급변한 세인트 조셉 요양원

지난 6월 포르토피콜로에 인수되기 전 세인트 조셉 요양원에는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4명, 사망자는 없었다. 세인트 조셉 요양원은 새로운 거주자를 받지 않았고, 직원들은 1주일에 두 번씩 검사를 받았다. 양쪽 입구에서 간호사들이 출입자들의 체온을 체크했다. 하지만 포르토피콜로가 요양원을 인수한 다음에는 새로운 거주자도 받았고, 인력 부족으로 인해 임시직 간호사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 때문에 기존의 코로나 대책들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2021년 9월 한 임시직 간호사가 기침을 하며 출근했다. 급하게 투입된 간호사는 근무 도중에서야 동료들의 재촉으로 검사를 했다. 3개 검사 중 2개가 양성이었다. 요양원에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됐다. 불과 며칠 만에 직원들의 일일 소식에는 새로운 확진자 수가 명시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 선언을 한지 1년 6개월 만에 코로나가 요양원을 강타했다. 충분히 예방 가능한 방식으로 말이다. 포르토피콜로는 거주자들에게 건물뿐만 아니라 자기 방 밖도 나가지 못하게 했다. 거주자의 절반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포르토피콜로는 간호사 1명과 3명의 조무사면 충분하다며 인력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계속 묵살했다.

코로나 사망자가 점점 늘었다. 세인트 조셉 요양원에서 20년 넘게 산 베티 윙고는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바로 입원하지 못했다. 6일 후 응급차가 도착했을 때 그녀의 산소 포화도는 60%대였다. 산소 포화도는 95~100%가 정상이고 80% 이하면 매우 심한 저산소증 상태로 뇌가 산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다. 윙고는 9월 17일 사망했다.

코로나 관련 사망만 증가한 게 아니었다. 2020년 일반 사망자 수는 7명이었는데 포르토피콜로 인수 4개월 만에 7명이 사망했다. 마르셀린느 니만은 포르토피콜로가 요양원을 인수한 후 몇 번 넘어져 골반이 골절됐지만, 요양원 측은 사고 예방을 위해 일할 누구도 그녀에게 배정하지 않았다. 니먼은 그후에도 여러 번 넘어졌고, 어느새 더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마르셀린느는 8월 2일, 그녀의 97번째 생일에 세상을 떠났다.

집단소송에 걸린 포르토피콜로

세인트 조셉 요양원을 인수하기 2주 전 포르토피콜로는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요양원 때문에 연방 집단소송에 걸렸다. 포르토피콜로가 솔즈베리에 있는 시타델 요양원을 인수한 후 ‘심각한 구조적인 인력 부족’으로 거주자에게 약, 음식, 물을 제때 충분히 주지 않고 샤워 등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원고측 변호인단은 교수들에게 포르토피콜로가 운영하는 노스캐롤라이나 요양원 36개의 분석을 의뢰했는데, 하나도 빠짐없이 인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많았다.

특히 시타델 요양원은 포르토피콜로에게 인수된 후 미국에서 최악의 상태인 요양원들을 모은 연방정부의 ‘특별 관심시설’ 목록에 올랐다. 장례식장에서 시체 처리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전화를 받고 나서야 거주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족도 있었고, 거주자의 상태에 너무 놀라 정부의 즉각적인 개입을 요청한 응급 전문의도 있었다.

운영회사를 통해 요양원들을 관리하고 있었지만, 포르토피콜로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포르토피콜로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각 요양원의 운영방식, 의료기기, 임대료 및 인력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분석해 왔다. 당시 포르토피콜로에서 일했던 전 직원에 따르면, 파이먼이 직접 그 보고서들을 검토하고 각 요양원의 손익 관리 방법을 결정했다고 한다.

하이먼과 잔지퍼의 요양원 운영전략은 ‘위험 최소화’였다. 두 사람은 (거주자들의 위험이 아니라) 본인들의 법적 책임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요양원을 여러 회사로 분할했다. 하나의 비영리 요양원이었던 세인트 조셉 요양원은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헨리코, 운영을 담당하는 아코디우스헬스 등의 회사로 쪼개졌다.

포르토피콜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아웃소싱에 크게 의존했다. 재활치료는 애뎁티브 서비스라는 회사가 맡으면서 일주일에 5일에서 3일로 줄어들었고, 제약은 10분 거리에 있던 연중무휴의 패밀리케어 약국에서 폴라리스 제약서비스로 옮겨가면서 세인트 조셉 요양원 거주자는 주문 이후 1시간 이내에 받던 약이 다른 주에서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전에는 최소한 6명이 청소와 식사를 담당했는데, 넥스트레벨이 이를 담당하면서부터는 2명이 일했다.

포르토피콜로에 대한 집단소송 소식이 곧 널리 퍼졌다. 아코디우스헬스가 언론의 비난을 받자 리치몬드에 기반한 소규모 회사라고 주장한 오거스트헬스케어가 캐롤우드가든스 요양원(구 세인트 조셉 요양원)의 운영을 맡게 됐다. 그러나 정부 기록을 확인해 보니 오거스트헬스케어는 뉴저지 주 엥겔우드클리프에 있는 포르토피콜로와 주소가 같았다. 아코디우스헬스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오거스트헬스케어 회사 자체나 운영한 요양원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명시돼 있는 직원은 벤 코헨 대표뿐이었다. 하이먼이 예전에 설립한 회사에서 일했던 벤 코헨이었다.

고통스러운 요양원 거주자들

2021년 10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나는 한 거주자의 아들과 함께 리치몬드의 오거스트헬스케어로 이름이 바뀐 요양원을 찾았다. 익명을 부탁한 아들은 포르토피콜로 인수 이후부터 아버지가 소변, 대변, 피로 얼룩진 침대 시트 위에서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요양원이 셧다운됐을 때에는 아버지를 만나지 못해 그의 상태가 어떤지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 아버지가 머무를 다른 요양원을 찾고 있다.

수녀원이 있었을 때에는 요양원에 불이 밝게 켜져 있었고, 각종 활동을 하는 사람들로 분위기는 시끌벅적했다. 복도에서 몇 걸음 걸을 때마다 지나가는 거주자들과 인사해야 할 정도였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한 할머니들이 공동구역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러나 도착해 보니 요양원은 어두컴컴하고 놀라울 정도로 비어있었다. 사람들이 신경쓰지 않는다는 흔적은 어디에나 있었다. 무너진 휴게실 천장, 카펫에 있는 천장 파편들, 세탁실 바닥에 쏟아진 세제, 수리가 필요한 장비들과 그 옆에 흩어져 있는 도구와 부품들. 나는 아들에게 지난 몇 주간 요양원에서 나아진 것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간호사 인력이 조금 나아졌다고 했다. 거주자들이 죽었기 때문이란다.

아들은 셧다운 이후에 방문했더니 아버지가 15파운드 빠졌다고 했다. 이후 그는 날마다 세 번씩 아버지께 전화해서 식사를 다 하시라고 말씀드린다. 아들은 이틀에 한번씩 아버지를 찾아가 직접 아버지 방과 화장실을 청소하고 아버지 틀니도 닦았다.

우리는 저녁 식사 시간에 요양원에 도착했지만 그의 아버지는 식당에 없었다. 우리가 그를 겨우 찾았을 때 그의 아버지는 기저귀를 차고 혼자 자기 방에 앉아 있었다. 티셔츠 오른쪽 소매와 침대 이불 위에 핏자국이 있었다. 저녁 몇 입을 먹고는 식당을 빠져나왔는데 아무도 몰랐나 보다. 복도에서 보니 자기 방에 혼자 앉아 있는 노인들이 많았다. 셧다운 동안 방밖을 나오지 못하고 식사나 샤워도 하지 않는 게 익숙해졌다는 것이 한 관리자의 설명이었다.

지난 7월 오거스트헬스케어는 1000만 달러를 들여 요양원을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침대를 88개 늘리고 영화관을 만들 후 후 투석 환자와 알츠하이머, 치매, 뇌졸중 환자도 받는다고 한다. 의학적 관리가 필요한 거주자들로 요양원을 채워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이 발표 한 달 전 요양원의 요금이 인상됐다. 월 500달러에서 1,500달러가 된 방도 있었다. 포르토피콜로의 인수 이후 직원이 100명에서 60명으로 줄었는데도 말이다.

지난 10월 요양원을 방문한 다음날 나는 요양원 예배당에서 열린 추모예배에 참석했다. 과거에는 수녀들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위한 추모예배를 따로 열었다. 포르토피콜로 인수 이후 그 전통도 사라져 마지막 추모 예배가 세 달 전에 있었다.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도 그 소식을 모르는 거주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많았다. 추모예배에서 목회자가 그동안 사망한 거주자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한 사람의 이름이 불려질 때마다 한 거주자가 일어나 꽃병에 흰색 또는 분홍색 장미를 꽂았다. 행사가 끝날 무렵 꽃병이 가득 차 있었다.  

 

 

원문: 뉴욕타임즈  When Private Equity Takes Over a Nursing Home 

편집자: 민중의소리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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