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이야기 (feat 푸틴과 빈 살만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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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1년에서 2013년까지 3년간 석유 가격은 배럴당 90달러 선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었음.
2. 10년 전에 비하면 5배나 오른 가격이었지만, 산유국들은 배럴당 90달러를 적정 가격이라고 생각함.
3. 2014년 여름이 되면서, 아시아 지역의 석유 판매량이 급감하며 석유가격이 흔들리기 시작함. 중국의 경기 둔화가 시작된 것임.
4. 2014년 10월에 유가가 84달러로 떨어졌고, 미국의 셰일오일 공급까지 확대되자 11월 유가는 77달러까지 떨어짐.
5. 예전에는 이럴 경우 OPEC이 공급물량을 조절하면서 가격을 90달러 근방으로 다시 올렸음.
6. 2014년 11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OPEC 회의가 열림.
7. 회의 며칠 전 도착한 사우디의 알 나아미 장관은 멕시코 장관 콜드웰과 미팅을 했는데, 멕시코는 현재 경제성장의 중요한 시기라서 석유 생산량을 줄일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힘.
8. 연이어 만난 러시아 측 대표인 노박 에너지부 장관도 러시아는 생산량을 줄일 생각이 전혀 없고, 사우디가 줄여주기만을 바란다는 답변을 받게 됨.
9. 2014년 11월 24일 OPEC 장관급 회담이 열렸고, 사우디는 산유국들이 다 같이 석유 생산량을 줄이자는 제안을 함.
10. 사우디를 제외한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는 어느 누구도 산유량을 줄이기를 원하지 않고, 사우디가 독박을 쓰기를 바란다는 태도를 보이자, 사우디의 알 나아미 장관은 "결국 어떤 나라도 생산량을 줄이진 않으려는 것 같다. 그러면 이 회담은 이걸로 끝이다"라며 서류를 챙겨서 회담장을 나감.
11. 결국 OPEC 회담은 "시장에 맡기자"라는 결론으로 종료가 되었고, 이것은 산유국들이 알아서 생산량과 수출량을 정하라는 말이었음.
12. 산유국들이 알아서 생산량과 수출량을 정하라는 말은 생산량 증가로 이어졌고, 석유가격의 추가 하락이 시작됨.
13. 2015년 1월이 되자 유가는 45불로 반 토막이 났고, 이후에도 하락은 계속되어 25불까지도 떨어짐.
14. 가장 먼저 미국의 셰일 업체들이 부도가 나기 시작함.
15. 그 당시 셰일오일은 생산 비용이 높아서 배럴당 70달러는 되어야 타산이 맞는 상황이었음. 계속되는 기술 개발로 셰일오일의 생산 비용이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2015년에는 70달러는 되어야 이익이 생기는 구조였던 것임.
16. 셰일오일의 출현은 석유산업을 단기 개발과 장기 개발로 나누어지게 만듦.
17. 셰일오일은 개발을 결정하고 석유를 생산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6개월 정도면 가능하고, 유정 하나당 1500만 달러 정도의 비용이면 충분하지만, 유정이 금방 바닥나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유정을 개발하는 식으로 돌아가는 것임.
18. 반면에 일반 산유국들이 하는 장기 개발은 길게는 5년에서 10년의 준비작업이 필요하고, 제대로 생산하기까지 7억 달러에서 70억 달러까지도 초기 비용이 들어감.
19. 저유가 행진이 계속되자 수많은 단기 개발이 중단되며 석유 공급이 줄어들기 시작함.
20. 2016년 2월 알 나이미 사우디 장관은 이렇게 말함. "감산의 고통을 분담할 생각이 없으면 우리는 시장에 계속 맡길 것이다"
21. 사우디는 석유 생산 비용이 배럴당 10달러로 가장 낮고, 쌓아놓은 재산이 충분해서 고통을 견딜 자신이 있었던 것임.
22. 석유생산 비용이 높은 다른 석유 수출국들은 고난의 행군을 시작함.
23. 러시아까지도 석유 생산비용이 배럴당 40달러 수준이라, 외화보유액을 까먹으면서 버티는 정도가 됨.
24. 2016년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회담에서 러시아의 푸틴과 사우디의 빈 살만이 단독 회담을 하게됨.
25. 무엇을 주고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둘 사이의 협상은 타결됨.
26. 2016년 9월 말. 알제리에서 세계 석유 공급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72개국의 에너지 관련 장관급들이 모이는 국제 에너지 포럼이 열렸고, 러시아를 포함한 OPEC 회원국들은 따로 자리를 가짐.
27. 다들 기대를 안했지만, 뜻밖에 알제리 합의라고 부르는 감산 합의가 도출된 것임.
28. 알제리 합의 2주 뒤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를 포함한 산유국들은 2014년 11월 사우디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던 오스트리아 빈에서 다시 만남.
29. OPEC 회원국들이 하루 120만 배럴을 감산하면 러시아가 30만 배럴을, 카자흐스탄, 멕시코 등 OPEC 회원이 아닌 다른 산유국들이 25만 배럴을 감산하겠다는 총 175만 배럴의 합의안이 만들어진 것임.
30. 이 새로운 합의를 OEPC 플러스 합의라고 부르게 되었고, 이때 OPEC 회원국들에 러시아가 포함되는 OEPC 플러스 회의체가 공식적으로 만들어짐.
31. 감산이 시작되자 유가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함.
32. 사우디의 빈 살만과 러시아의 푸틴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됨.
33. 빈 살만과 푸틴의 친분은 갑자기 생긴게 아니라 나름 역사가 있고, 바이든을 공동의 적으로 대하며 더 친해지는 모습을 보임.
34. 빈 살만과 푸틴의 합의로 175만 배럴을 감산했던 빈 회담과 바이든의 요청으로 10만 배럴 감산한 이번 회의가 대조되는 것임
35. 셰일가스가 미국에서 엄청나게 발견되며, 천연가스와 석유를 수입하던 미국은 쓰고도 남는 에너지를 수출까지 가능해지게 됨.
36. 미국이 천연가스를 수출하려면 가스전으로부터 수출항까지 천연가스를 배송하는 파이프라인이 필요하고, 천연가스를 영하 160도 이하로 냉각해서 600배 압축이 된 LNG로 만드는 시설과 LNG운반선이 필요함.
37 지금까지는 수입만 하던 터라 이 시설이 필요가 없었음
38. 미국은 13개 LNG 수입항구에 액화시설을 만들어서 수입항을 수출항으로 바꾸는 공사를 진행했고, 2021년부터 하나씩 완공 되기 시작함.
39. 이런 상황에서 미국 셰일가스의 큰 고객이 되어야 할 독일이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노르드 스트림 2를 진행하자 미국은 가만있을 수 없었음.
40. 19년 12월. 트럼프는 독일이 미국의 안보에 무임승차하면서 러시아 에너지의 포로가 되려고 한다고 비난을 한 후 노드 스트림 2에 관련된 기업을 제재하는 2020 국방수권법에 사인을 해버림
41. 미국의 강한 반발에 독일은 주춤했고, 공사 완공을 질질 끌기 시작할 때 OPEC 플러스 회담이 시작됨.
42. 지난번에는 사우디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면, 이번에는 러시아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버림.
43. 코로나로 세계가 석유를 적게 쓰게 되자, 산유국들은 석유 생산을 줄이는 감산 합의를 해서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음.
44. 감산 합의가 깨지자, 감산만 안 하는 게 아니라 산유국들이 알아서 석유를 능력껏 생산할 수 있게 제한이 풀린 것임.
45. 푸틴이 감산 합의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자 말릴 줄 알았는데 사우디가 동참을 해버리는 이변이 발생함.
46. 사우디도 문제가 있었음 . 사우디의 실세인 왕세자 빈 살만은 아버지 국왕이 86세로 노령이었음. 초대 왕의 유언인 형제 상속을 중단시키고, 왕족들을 힘으로 눌러 아들 상속으로 바꾸며 차기 왕권을 확보한 빈 살만은,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한 후에도 왕족들의 지지를 받아 순탄하게 왕위를 이어 받으려면 기름값을 높여야 함
47. 사우디가 버는 돈은 기름 판돈이 거의 전부인데, 쓰는 돈이 엄청나고, 네옴이라는 서울 33배 규모의 미래형 신도시를 건설하는 자금들이 추가로 필요해서, 기름값이 최소한 배럴당 85불 이상은 유지가 필요했음.
48. 사우디가 푸틴이 시작한 저유가 치킨게임에 사전 협의라도 한 듯이 동참을 하며, 하루 970만 배럴 생산량을 1,230만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함.
49. 사우디의 최고 생산능력이 1,200만 배럴인데, 1,230만까지 늘리겠다는 것은 비축유까지 풀겠다는 말이었음
50. 사우디와 러시아가 원유 증산에 나서고 여타 산유국들까지 따라 하기 시작하자, 기름값이 급락하기 시작함. 2020년 3월경이었음.
51. 사우디와 러시아가 일시적으로는 괴로운 기름값 급락을 실행한 것은 미국의 셰일 기업들이 타깃이라서 그랬음.
52 러시아는 저유가에 버틸 힘이 있다고 봤음. 배럴당 40불 정도면 재정 유지가 가능한데다, 5,700억 불의 외화가 있다고 생각함.
53. 사우디도 석유 퍼내는 원가가 배럴당 10불 수준으로 워낙 싸고, 쌓아놓은 달러가 많아 버티는데 문제가 없었으나, 미국 셰일 기업들은 달랐음.
54. 미국 셰일 기업들은 자기 돈이 아니라 남의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함. 유가가 급락하니 셰일 기업에 돈을 빌려준 투자자와 금융기관들이 대출 만기 연장을 안 해주고, 너도 나도 빌려준 돈을 상환 받고 빠져나가니 미국 세일 기업들이 하나씩 부도가 나기 시작함.
55. 1년 가까이 계속된 저유가에 금융 햇징을 해놓은 일부 셰일 회사들은 살아남았지만, 대부분의 셰일 회사들이 망해 셰일가스 공급이 줄어듦.
56. 석유회사들을 파산시켜 공급을 줄이고 나면 유가는 다시 올리겠다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작전은 성공함.
57. 셰일 회사들의 파산으로 공급이 줄어들자 사우디와 러시아는 다시 물량 조절을 하며 가격을 올리기 시작함.
58. 푸틴은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1/5로 줄여버리기까지 함. 장기계약이 되어있는 가스는 그대로 공급했지만, 현물시장에 가스를 풀지 않아 버린 것임.
59. 가스 부족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자 천연가스 대신 석유를 쓰는 곳이 늘어나며 석유 수요까지 증가해서, 한때 마이너스 유가가 등장할 만큼 바닥이 아니라 지하를 파고 있던 기름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함.
60. 원래대로라면,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셰일 기업들이 다시 생산시설 가동을 시작하고, 새로운 유전이나 가스전 개발에 투자를 시작해서 공급이 늘어나야 함.
61.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며, 미국은 신재생에너지로 방향을 전환함.
62. 기름값이 오른다고 하더라도, 정부 지원은 신재생 쪽에 집중되어 있고, 신규 유전 개발이나 기존 셰일 가스전 재가동에는 정부 지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환경규제가 추가로 걸려있다 보니, 셰일 유전에는 투자 자금이 들어오지 않게 됨.
63. 캘리포니아는 신규 셰일가스 유전 개발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하기까지 하는 정도였음.
64. 미국이 기름과 천연가스의 주요 수출국이 되는 트럼프의 계획은 바이든의 신재생 에너지 위주 전환으로 어려워 진것임.
65. 2014년~2015년 러시아 경제를 힘들게 만든 것은 미국이 유동성을 축소하는 테이프링이 주원인이었음.
66. 미국이 유동성을 회수하고, 금리를 올리자 신흥국에 가 있던 투자 자금들은 미국으로 이동함
67. 신흥국 통화로 바뀌어있던 자금들이 미국으로 이동하기 위해 신흥국 통화를 팔고 미국 달러를 사게 되었고, 미국 달러를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달러는 귀해지고 그만큼 비싸짐
68. 달러가 강세가 되었다는 말임
69. 세계의 석유 거래는 달러로만 하게 되어있음. 한 드럼통 기름값이 100불인데, 달러가 두 배 오르면 기름값은 50불이 되는 것임
70. 달러가 강세가 되었다는 말은 달러로만 결제를 하는 유가가 그만큼 약세가 된다는 말이 됨
71. 달러 강세로 유가가 약세로 돌아서니 세계 석유 생산량 3위를 차지하며 석유, 천연가스로 돈을 버는 러시아 경제가 힘들어지게 됨.
72. 2014~2015년의 러시아가 힘들었던 이유이고, 미국의 저유가 정책에 러시아가 불편해했던 이유이기도 함.
73. 2021년 말 미 연준은 물가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테이프링을 거론하며, 금리를 올리려는 움직임을 다시 보이기 시작함
74.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다시 미국으로 달러가 몰려간다는 것이고, 2014년에 발생한 달러 강세 에너지 가격 약세가 시작된다는 말임
75. 이런 타이밍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에너지 가격 급상승이 시작한 것임.
한 줄 코멘트.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만이 아닐지도 모름
출처
https://m.dcinside.com/board/dcbest/7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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