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술먹고 쓰는 김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해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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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특성상 가끔 야외 중계 의뢰가 들어오는데 이게 진짜 스태프 입장에선 지옥이다.

전 글에서 언급했지만 나는 그렇게 크지 않은 외주제작 업체에서 일한다.

봄, 가을은 좀 낫지만 여름, 겨울은 헬파티가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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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계, 특히 라이브가 끼면 진짜 대가리가 깨지는데

우리 회사는 촬영팀 4명 (남3,여1), 편집팀 3명 (남1,여2)이다 보니

중계에는 전 인력이 투입되고 규모가 좀 커진다 싶으면 알바를 2~3명 (모두 남자) 쓰는데 이게 알바비가 좀 들어간다.

 

여기서부턴 철저하게 내 경험이고 내 느낌이다. 반박시 너 알아서 해라.

 

특히 겨울에 이제 우리는 가장 먼저 케이블을 깔고 들어가야 하는데 여기부터 박이 터진다.

조명팀, 음향팀, 영상팀, 특수효과 뭐 이렇게 전원을 깔고 들어가는데 대형 공연이면

연출진이 알아서 정리해주고 그러는데 중소형, 특히 야외 스포츠에는 이딴거 없다. 

 

싸움 오지게 난다. 그러면 관리자 입장에서는 다른 팀이랑 싸움까진 아니더라도 언성이 높아지지.

그럼 남자 애들 그 무거운 케이블 박스 들고 끙끙대며 이리가고 저리가고 난리가 난다.

그럼 여자애들은 뭐하느냐, 그 놈의 분홍 체크무늬 무릎담요를 하반신에 두르고 롱패딩을 입고 

지들끼리 히히덕 댄다. 

 

잘 정리가 끝난다면야 그러려니 넘어가지. 근데 왠만한 환경에선

한겨울 그 케이블 박스 들고 개고생한 애들 

머리에 김을 내면서 둘이서 포카레스웨트 3병씩 마시고 있는데

여자애들은 아아를 마셔. 그럼 지나가는 말로 나는 야지를 놓지.

"너네 안춥냐?"

"얼죽아에요"

 

여기부터 빡이 치지만 어쩌겠냐 현장은 굴려야 하고.

그럼 카메라 세팅하고 스위처에 붙이고 그럼 꼭 편집팀 여자애 둘이 랩탑에 붙어 앉는다.

하지만 나는 어쩌겠냐. 둘이 수다 떨면서 컷 놓쳐도 참고 

"정신차리자!"

모두에게 소리 지르고 만다.

 

솔직히 편견인데 왜 이리 분홍색 체크무늬 무릎담요가 싫은지 모르겠다.

뭐 무사히 넘어간다면 중간에 우리쪽은 음향팀이랑 사고 안나면 크게 일은 나지 않는데

촬영팀 여자애는 그냥 픽스캠(고정카메라)만 맡긴다.

손시려워서 카메라 차갑다고 만지기 싫어하거든.

 

애들 개고생하는거 보이니까 나는 암말 안하고 컷바디 잡는거만 집중하면서

가끔 토키로 애들한테 한마디 하는데 그럼 여자애들이 셀쭉한다.

예전에 여자 알바애 써서 토키로 한마디 했다가 울어버린 후론 남자 알바만 쓴다.

 

겨우겨우 공연 끝나면 세팅의 역순으로 정리해야지.

그럼 남자애들 또 그 겨울에 몸에서 김이나게 장비 정리하고

대부분 저녁시간에 끝나니까 가끔 뭔가 사소한 물품이 사라진다.

그럼 남자애들 바닥을 손으로 훑으면서 뒤지고 다닐때

여자애들이 핑크색 체크무늬 무릎담요가 몸에서 떨어질까

한 손으론 소중히 그걸 붙들고 핸드폰 조명으로 비추고 있는다.

 

나는 그러려니 한다. 화내봐야 찾아지는게 아니니까.

 

그러곤 겨우 짐을 차에 싣고 

"너네 오늘 수고 많았으니까 삼겹살이라도 먹자"

하면 뭐 다들 좋아라 하지.

 

그러곤 싸구려 삼겹살 집에 가서 소주에 삼겹살이라도 구울라 치면

"고기는 남자가 구워야 맛있는데."

팔도 안올라가는 애들한테...

그럼 내가 굽지 뭐.

그럼 꼭 한마디가 더 나온다.

"자몽톡톡 마시면 안돼요?"

 

근데 그러다 남자애들 담배피러 우르르 나가면 나한테 쪼르르 와서 이른다.

 

"팀장님, 솔직히 동일노동 동일임금인데, 알바비 너무 많이 책정돼 있지 않아요?"

 

그 순간엔 부처라도 신나 붓고 불지르고 싶을거다.

 

핑크색 체크무늬 무릎담요 좀 안봤으면 좋겠다. 그때만이라도.

 

낯술을 쳐먹어서 그런지 하소연거리가 자꾸 생각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조까라 마이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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