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 전공자가 서른살에 국비학원 통해서 개발자된 후 4년간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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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개발자 연봉 이슈도 핫하고 여러모로 관심가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비전공자의 개발자 전향에 대해서 안좋은 사례만 많이 올라오는 것 같아서 나도 한번 남겨보려고 해

특정 의견에 동조하려는 의미는 아니니까 이런 사례도 있구나 정도로 가볍게 읽으면 될 것 같음

 

목차

1. 국비학원 등록 전 커리어

2. 국비학원 수강기간

3. 신입 입사

4. 중고신입으로 이직

5. 프리랜서 전향

 

 

1. 국비학원 등록 전 커리어

진심 커리어랄게 없는 삶이었어

전문대에서 예체능 전공으로 졸업은 했는데 당연히 취직에는 전혀 도움이 안되더라고

그래서 취업 조건이 거의 없는 직장들만 골라서 취직 추노를 반복하는 20대를 보냈어

요식업부터 텔레마케터, 배달, 노가다, 물류, 도매, 보안요원, 공장, 영업, 채권추심 등등 안해본 일이 없는데

내 미래를 맡길만한 일은 전혀 찾질 못하겠더라

그렇게 나이는 점점 차고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음

모아둔 돈이 없어서 국비지원 교육과정을 찾아봤는데 국가에서 밀어주는 직종만 자기부담금이 없더라고?

그래서 돈 없이도 배울 수 있는 직종으로 거르고 거르다보니 야가다 아니면 IT였음

야가다의 뜨거운 땀을 겪어본 입장이라 야가다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는데 당시 친하게 지내던 야가다 반장 형님이 말리더라고

목공은 단가 후려치기가 잡부만도 못하고 타일은 중공군 총공세 중인데다가 용접사들은 기관지랑 폐를 같이 용접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나마 예술혼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인테리어도 물어보니 그 형님이 인테리어 10년 넘게 하다가 양아치짓 하는거에 질려서 관뒀다고 하더라

아무튼 그래서 계획에 없이 개발자가 한번 되어보기로 함

 

지금은 이름이 국민취업지원제도로 바뀐거로 알고있는데 그 당시에는 취업성공패키지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

한 달 정도 직업상담사랑 상담을 하면서 진로를 찾고 교육을 받은 후에 취업지원을 받는거였는데

교육기간동안 지원금이 40~50만원 정도 나오긴 하는데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했지

상담기간 1개월 + 학원 6개월 + 취업기간 2개월 + 첫 월급 받는 1개월

이렇게만 계산해봐도 10개월은 버티기가 힘들 것 같더라고

그래서 주말없이 낮에는 야가다를 뛰고 밤에는 택배상하차를 뛰는 극한의 일정을 달리기 시작함

그렇게 한두달 빡시게 돈을 모은 후 취업성공패키지를 신청했어

기대했던 첫 상담날 야심차게 직업 상담사한테 개발 배울거라고 말했는데 엄청 뜯어 말리더라

아마도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듯?

나는 뭐 이미 결정된 상태라 그냥 밀어부쳤다.

학원도 이곳저곳 직접 다녀보면서 상담도 받고 후기도 많이 찾아봤는데

나중에 보니까 쓸데없는 일이었던게 시설보다 강사가 중요한데 강사는 계속 바뀌더라

내가 지인의 학원을 골라줄 일이 있다면 강사 상관없이 집 가깝고 야간자율학습 가능한 학원으로 골라줄듯?

아무튼 학원 개강까지 한달정도 시간이 붕 뜨는데 이 기간에 미리 개발공부를 예습하기 시작했음

어차피 다시 배워야할테니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해서 재밌게 했던 것 같다.

 

2. 국비학원 수강기간

수강생은 반마다 30명 정도 되더라

내가 있던 반은 남녀 7/3 정도에 전공자들도 몇 명 있었음

나이대는 대부분 20대 중반에 30대도 6~7명 있었던 것 같다

첫 날에 간략하게 커리큘럼을 소개하고 하루 종일 수업을 듣는데 이미 공부했던 내용들이라 어렵지는 않았음

근데 주변을 보니까 다들 눈풀려서 멍하니 있거나 컴퓨터로 SNS나 뉴스같은거 보고 놀고있더라

그렇게 첫 주에 수강생 10명 정도가 탈주함

2개월 정도 지나니까 서너명 더 탈주했고

3~4개월 즈음 개발이랑 무관한 직종으로 취업하는 사람들이 생기더라

 

공부량에 대해서 말이 많던데 공부량 많은 거 사실이지만 그 공부량 채우는 사람 많지가 않다.

그리고 초반에 기초 잘 배워두면 나중엔 뭘 배워도 다 비슷비슷해서 많다고 보기가 어려운 것도 같음

나는 6개월간 9시-6시 수업듣고나서도 막차시간까지 학원에서 자율학습하다가 집에갔는데

시간 가는줄 모르고 공부하다가 경비원 아조씨한테 쫓겨나보기도 하고 차 끊겨서 야간 버스 기다려서 타고가기도 했음

주말에도 야가다 하는 날 아니면 카페에서 진상처럼 죽치면서 종일 공부했다

공부는 체력싸움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때 처음 체감함

야가다로 다져진 체력이라 나는 갠춘했음

 

교육기간 중반이 넘어가면 팀 프로젝트를 하는데 포트폴리오로 쓸 웹사이트 같은거 만드는거임

근데 팀마다 잘하는 한명이 멱살잡고 끌고가고 나머지는 그냥 수강생모드임

팀 구성이 잘못된 사람들은 멱살 잡아줄 사람도 없어서 아예 완성 자체를 못시키더라

 

그렇게 그리고 그리던 종강이 되고 이때 취업파랑 추가학습파로 갈림

실력에 따라 갈리는건 아니고 잘하는 사람이 더 잘하고 싶어서 추가학습파로 가기도 하고

게시판 하나 못만드는데 무지성으로 취업하려는 사람도 있고 그러더라

 

대기업 중견 네카라쿠배당토에 대한 얘기도 많은데

국비출신이 입사가 불가능한건 아닌데 다른 커리어가 받쳐줘야함

서울대 문과생이 국비학원에서 개발을 배웠다? 인서울 컴공과 학생이 국비학원에서 개발을 배웠다? 

이런 케이스라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입사가 가능하다

근데 전문대졸에 경력도 없이 중견 이상에 넣으면 서류부터 우수수 떨어짐

그럼 남은 선택지가 세가지 정도가 된다.

 

1) 보도방 테크트리

2) 좋소 테크트리

3) 코딩테스트 테크트리

 

보도방 테크트리는 인력도급업체 같은 곳에 들어가는 방법인데

연봉 2000만원대 받고 입사하면 프리랜서 개발자로 파견을 나감

가보면 3년차 대리라고 부르기도하고 심하면 5년차 과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나이가 있으면 속이기가 편해서 그런지 나이 많은 사람을 선호함

 

좋소 테크트리는 1번이랑 비슷한데 나름 자체적으로 개발을 하는 좋소인 케이스를 말함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이 되기도 하는데 유망 스타트업들은 투자금액부터가 남달라서 구분이 가능함

연봉 3000 내외로 입사하게되는데 가르치면서 일 시키는게 회사에서 투자하는거라고 가스라이팅하며 집엘 안보내는 곳이 많음

 

코딩테스트 테크트리는 알고리즘 문제풀이 시험으로 뽑는 공채에 넣는건데 꽤나 조건이 좋은 회사에 입사가 가능함

연봉 4000부터 시작해서 5000 넘게도 받을 수 있지만 경쟁률상 가능성이 희박하고 재능과 시간이 필요하다.

수학머리가 없는 사람은 아예 문제부터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알고리즘도 결국 공식 외우듯이 다양한 케이스를 익혀야하는거라 두달은 붙잡고 문제풀이를 해야함

 

나는 국비학원에서 지들 아는 곳 소개시켜준다고 자꾸 1번 테크트리 타라고 압박했는데 쌩까고 2번 탔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2번은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곳이 많아서 배울게 많아보였음

입사지원만 200번 정도 했더니 50곳 정도 면접보러오라고 연락와서 거르면서 면접을 보러다니기 시작함

그렇게 거른 성의가 아깝게도 나는 연봉 2800에 유망하지 않은 스타트업에 들어가게 됨

 

3. 신입 입사

큰 기대 안하고 들어오긴 했는데 10명 내외의 대학 동아리 수준의 회사였음

가르쳐줄 사수는 없고 젊은 꼰대로 가득한 곳이었는데 

처음에는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니다보니 내가 배우고싶은 기술 맘껏 써보면서 꿈을 펼치기 좋은 곳이었음

그래서 나름 재밌게 일하고 있었는데 4개월차 즈음부터 월급이 밀리기 시작하더라

잘됐다 싶어서 급여지연을 이유로 7개월차에 퇴사하겠다고 말했음

그제서야 연봉을 3천 중반으로 맞춰주겠다느니 오만 달콤한 소리를 하며 붙잡는데 

2천이든 5천이든 들어와야 연봉이 아니겠나 싶어서 퇴사하기로 결정

퇴사하고나서도 월급이 안들어와서 대표한테 직접 전화해서 윽박지르니 바로 넣어주더라

엉망진창인 회사라 금방 망할줄 알았는데 아직도 잘 굴러가더라

회사라는게 참 신기함

 

4. 중고신입으로 이직

근 반년만에 무지성 퇴사한게 성격탓도 있지만 취업에 대한 조급함이 사라진게 컸다

일단 구인구직 사이트에 프로필만 열어놔도 오라는 곳이 너무 많더라

그래서 맘 편히 회사 골라가며 입사지원하고 면접보러 다녔고 당시 관심사였던 데이터를 마음 껏 다룰 수 있는 회사로 입사했음

연봉은 4000대였는데 이때부터 월급 앞자리가 3으로 바뀌더라

 

나름 규모도 있고 체계도 갖춰진 곳이었는데 개발팀만 체계가 없었음

그래서 나는 누구 밑에서 배울 팔자가 아닌갑다 하며 여기서도 꿈을 펼쳤다

일단 가장 좋았던건 개발이 메인사업이 아닌 회사라서 아무도 내가 뭘하고 있는지를 모름

성격상 그렇게는 안하긴 했지만 한달동안 아무것도 안해도 내가 놀고 있다는 것을 모를 곳이었음

당초 예상대로 데이터가 많았던 회사라는게 장점이었고 그 데이터들 맘껏 주물러보면서 이것저것 많이 배운것 같음

 

이 떄 느낀게 자존감이 매우 상승했다는 점이었는데

20대의 직장생활은 불합리함을 참는게 가장 큰 미션이었다고 하면

기술직이 된 이후로는 불합리한건 불합리하다고 당당하게 말하고도 내 입지가 단단해지더라

막말로 내가 배째고 나가버리면 대체가 안되는 상황이라 잘 안건드렸음

 

이제 콧대는 콧대대로 높아졌고 회사에서는 배울게 점점 없어지는데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함

개인적으로 서비스를 만들어서 출시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는데 회사의 겸업금지 조항이 걸리더라

그래서 2년 채우고 퇴사하기로 함

다른 얘기지만 버리는셈 치고 퇴직연금 펀드를 매우 위험하게 운용했었는데 퇴직금이 두배로 뿔어있어서 달달하더라

 

5. 프리랜서 전향

대부분의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자체적으로 개발인력을 뽑지 않고 업체에 대행을 맡기는데

좋은 개발자들은 외국계와 네카라쿠배당토에서 쓸어가고 

그 나머지는 대기업 계열사에서 쓸어가고

이제 남은 사람들로 데려다가 쓰려니 인력부족이 아주 심각함

그래서 대부분의 개발 업무가 프리랜서 개발자들에게 맡겨지는 상황임

근데 프리랜서가 괜히 프리랜서겠나

책임감 없이 찍어내듯 개발하고 도망가는 일이 부지기수더라

대부분의 공공기관과 은행 앱들이 엉망진창인 이유가 이것 때문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력부족이 심해서 단가가 계속해서 오르고있음

프리랜서 개발자 등급 구분을 설명하자면

0~4년까지 초급

5~9년까지 중급

10년 이상부터 고급, 특급, 관리자 등으로 구분하는데

월 기준으로 초급 500, 중급 700, 고급이상 900~ 이렇게 단가가 맞춰짐

일하는 환경이 열악한 금융권은 50~100 정도 더 주는 편이고

비교적 일이 편한 유지보수는 50~100 정도 덜 주기도 하더라

 

아무튼 단가에 현혹되어서 프리랜서 쪽으로 프로필 열어놓고 이곳 저곳 지원하니 전화가 불같이 오더라

나는 초상으로 분류되어서 월 600에 계약을 했고

개인사업자를 낸거라 부가세까지 월에 660만원씩 꼬박꼬박 입금받고 있음

주말 밤낮 없이 야가다 택배상하차를 병행해도 이 금액까지는 못벌었는데

주 40시간 일하면서 통장에 찍히는 금액보면 좀 허탈하기도 하더라

 

프리랜서의 단점은 어딜가나 객식구 취급 받는게 서러울 수 있고 소속감이 없으니 외롭기도 함

그리고 프로젝트 상황에 따라 급작스럽게 계약해지 통보가 올 수도 있고 세금처리 하는것도 은근히 골치아프다

대신 모든 단점을 씹어먹는게 돈

돈을 많이 버는게 가장 크고

그 외에 갈굼 회식 교육 행사 이런게 없어서 워라밸을 지키기가 좋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는 네카라쿠배당토니 대기업이니 관심이 아예 없어졌음

한 3개월 정도 상주 프리랜서로 일하니 적응되어서 알바개념의 외주작업도 조금씩 받아서 하고 있는데 시간 대비 상당히 쏠쏠함

내년에는 외주 비중을 늘려서 상주 계약을 해지하는게 목표다

 

아무튼 마무리하자면 개발자라는 직업이 최고의 직업은 아니지만 가성비 좋은 직업임은 맞음

나같이 ㅈ망 테크트리 타던 사람도 1년도 안걸려서 구제해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에서는 공무원보다 위로 쳐주고 싶음

대신 성격 이상한 팀원 만날 가능성 높고 꾸준히 공부해야하는 단점이 있긴 한데

요새 안그런 직업이 있나?

 

쓰다보니 좀 길어졌는데 궁금한 점 댓글로 달아주면 답변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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