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해머 40k) 카오스마린과 만난 어느 가드맨 신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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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tation X-20-A 가 가드맨들을 위한 최적의 복지를 제공해준다는 말은 어쩌면 잘못된 전파사항인게 아닐까, 라고,

존슨 이병은 저중력 상태에서 허공을 떠다니는 잉크 방울들을 보며 생각했다.

저중력 상태는 테크 프리스트들의 실험 중 일어난 부득이한 예상 못한 상황 때문이며, 최소 시일 내 복구될 예정이라는 분대장의 전파가 있었지만

그의 선임들은 여기에 대해ㅡ

 

"최소 시일이라니, 1년 정도 걸리겠구만. 온다던 아스타르테스 주둔지 방어 지원군은 온다고선 3년째 안오는구만. 캬악 퇫!"

 

이라는 대답으로 그들의 경건한 아스트라 밀리타룸에 대한 신용과 믿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검은 잉크 방울은 강화 유리창 건너로 반짝이는 수억개의 찬란한 별들이 만들어내는 은은하고 차분한 빛 속에 반짝이고 있었고,

젠킨스 이병이 어쩌면 우리 은하계도 이와 같지 않을까ㅡ라고, 다소 철학적인 잡념에 빠진 동안

그 소우주와 같은ㅡ잉크 방울은 우주의 검은 공허를 항행하는 우주선처럼 일직선으로 나아가

레지멘탈 스탠다드 : 배반자 아스타르테스들은 왜 X밥인가? 에 대해 심도 있게 집중해서 읽고 있는 선임의 얼굴에 접촉하여,

작은 흑색의 폭발을 일으켰다.

 

"X발 이거 뭐야? 야 신병!!"

 

"이, 이병 존슨! 잘못했어ㅇㅡ아니 잘못했습니다!"

 

"..하.."

 

선임은 아직까지 다나까체 하나 익숙하게 익히지 못한 신병을 보며, 밀리타룸 선진병영의 상징과 같은 효과적인 교육법ㅡ이른바 구타와 얼차려,

를 고민했지만,

그가 비교적 심심한 깡촌 행성 출신이며, 그나마 같은 동기들 중 가장 지적 수준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여(그의 행성 동기들 중 일부는 심지어 좌표 숫자 개념조차 몰랐다.)

다만 잔심부름만 시키기로 결정했다.

 

"야, 이거 내 ID 카드다. 내 이름으로 대전차용 프로메슘 화염 지뢰 상자들 정리 작업 임무가 들어왔으니, 이거 가지고 가서 니가 해라.

시간 늦었으니까, 수병 전용 지름길로 가라. 좁으니까 조심해라, 그리고 멍청하게 지름길 통로에 설치된 파이프 건들지 말고!

일하기 전에는 ID 카드를 제시해라.

만약 등신같이 커미사르 앞에서 네놈의 존슨 이름 두 자 댔다간, 네놈의 존슨을 달궈진 라스건 탄창으로 지져버려서 무모로 만들어버릴테니 알아서 해라?

그리고 내 단검 가지고 가. 각 탄약 상자들은 플라스틸 끈으로 묶여있으니까, 자르려면 필요할꺼다.

날카로우니까, 멍청하게 손가락 자르지 마라! 싸구려 인공 손가락 달고 평생 역으로 꺾인 손가락으로 코 파고 싶지 않으면!"

 

"아, 알겠습니다!"

 

 

2.

수병용 지름길이라 알려진ㅡ사실은 수리용 서보 스컬 전용으로 만들어진 한 사람 간신히 지나갈 정도의 좁은 회선 및 파이프 수리 통로ㅡ를 지나,

존슨은 무기고에 도착했다. 늙고 배가 튀어나온 커미샤르는 ID 카드만 대충 확인하고는, 존슨을 짜증스런 눈길로 슥 쳐다보다가 이내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아마 어디선가 무언가 더 중요한 일을 하시겠지, 라고 존슨은 생각했다.

 

존슨은 상자를 나르고 또 날랐다. 그것은 a구역에서 A구역으로 지뢰 상자들을 나르는 임무로,

평시라면 화물용 센티널들과 센타우르 하역차량들을 활용해서 임무를 진행했겠지만

어차피 존슨은 운전대를 잡아본 경력도 없을 뿐더러,

신성 황제 폐하님과 동맹 관계인 기계교 사제들이 그들의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수단의 일환으로ㅡ

정거장 내 아스트라 밀리타룸 측의 동력 자원 공급을 절반으로 줄였으므로,

그들이 베푼 기회ㅡ즉, 숭고한 노동을 통해 그 분에 대한 신앙심과 근육량을 더 늘일 수 있는 일석이조 일거양득의 기회,

속에 자신이 겨우 5m 남짓한 차이 밖에는 존재하지 않는 a구역과 A구역간 지뢰 상자들의 재배치 임무를 경건하게 수행할 수 있음에 그는 황제 폐하에게 감사의 기도를 바쳤다.

물론 간간히, 어차피 5m 차이 뿐인 똑같은 공간이라면, 그냥 안 옮겨도 무방할까ㅡ라는 다소 이단적 생각이 송골송골 맺혀 떨어지는 그의 땀방울들에 비례하여 생겨났지만,

존슨은 상자 하나 하나마다 바치는 황제 폐하 만세의 기도로 그 이단적 생각을 물리쳤다.

 

대략 1시간 정도에ㅡ마지막 상자를 고정시켜둔 플라스틸 끈들을 단검으로 자르는 동안,

갑자기 적색 경보가 울렸다.

 

말하자면, 그것은 적색 경보였다.

루미넨 조명 속에서 정신없이 반짝거리는 적색의 불빛의 색은 노골적인 적색이라서, 존슨 이병은 그것이 확실히 적색 경고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신병 교육 시간에 커미사르에게 배운 적색 경보의 의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던 존슨 이병은,

그것이 적의 아군 구역 침투를 경고하는 의미라는 사실을 용케 상기하는데 성공했지만

그 순간 다리가 휘청거리며 넘어질 정도의 큰 충격이 이어졌고ㅡ

(그 와중에 존슨은 마지막 남은 지뢰 상자를 꽉 쥐고 있었다.)

동력이 끊긴 바람에 이름만 자동문인 거대한 철문을 고정시켜주고 있었던 쇠지랫대가 쓰러지며 젠킨스는 무기고 A구역 안에 꼼짝없이 갇히게 되었다.

 

3.

몇 분이나 지났을까, 바깥에서 무언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지만,

두꺼운 철문은 외부로부터의 소음을 거의 대부분 차단하고 있었으므로ㅡ존스 이병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심심함 속에 어서 자신이 구출되기만을 기다리며 바닥을 기어다니는 다리 10개 달린 변이 우주 카쿠로치의 기묘한 움직임을 구경하는 것 뿐이였다.

 

그러다가 문 쪽에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는데,

이제 막 열리려나보다, 하고 일어나서 문 앞에서 대기하려던 존슨은 천만 다행으로 다리 저림을 느끼며 주저앉았다.

이것이 왜 천만 다행이였느냐면, 곧 문이 안쪽으로 폭발하며 거대한 철문이 찢겨져나가듯 터졌기 때문이였다.

 

적색 조명 아래, 마치 안개처럼 폭약이 만들어낸 짙고 매케한 연기가 꿀렁꿀렁 흘러들어왔고,

그 너머로 거대한 그림자가 천천히 무기고 안으로 입장했다.

 

"거짓 황제를 섬기는 아둔한 노예가 여기 하나 또 있었군."

 

존슨은 그것이ㅡ배반자 마린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레지멘탈 스탠다드가 제시한 특집 : 어리석은 배반자들의 흉하고 추한 모습을 보라!(워존 XXX 특집ㅡ이하 유출시 엄중한 처벌 예정) 편에서 보았던 그림과 대략적으로 유사했지만,

존슨은 그 잡지가 확실히 묘사 면에서 어느정도 오차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키가 2m 이상은 되었으며,

온갖 기괴한 돌연변이화의 상징들ㅡ돌출 가시들과 뼈들, 촉수들이 배반자 아스타르테스의 갑주에 가득히 솟아나와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런 것 없이도ㅡ존슨은 본 순간부터 단 하나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죽었다.

 

그가 오들오들 떠는 것을 보자, 카오스 마린은 즐거운 유흥거리라도 되는 마냥 천천히 다가오며 미소를 지었는데,

얼굴에 흉터가 가득하며ㅡ심지어 눈까지 3개에 머리에 왠 왕관 같은 거대한 뿔들이 돋아난 그가 미소를 짓자

존슨은 바지가 축축해짐을 느꼈다.

 

내가 두렵느냐? 어리석은 황제의 노예여?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사실 어떤 말을 꺼낼 수 있는 그런 상태도 아니였다. 공포가 이미 가득히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허나 맹렬히 반짝거리는 적색 조명 아래, 강렬한 명암으로 처리된 그의 얼굴은

제아무리 초인인 카오스 마린이라 할지라도 그냥 육안으로는 그늘진 얼굴 정도로만 보일 뿐이였으며,

조명의 놀라운 효과 덕분에 카오스 마린은 이 가드맨이 감히 자신 앞에서도 뻗대며 용기라는 이름의 만용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말았다.

 

"이 버러지가! 네놈 따위는 내가 손가락으로도 죽일 수 있단 말이다!

 

한편 존슨은 뜬금없이 카오스 마린이 무시무시한 분노를 토해내자, 딱 두가지 생각을 간신히 짜낼 수 있었다.

이 새끼는 미쳤으며, 그렇기에 항복하면 바로 죽음당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포에 질린 그의 입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고,

카오스 마린은 더욱 분노에 차며ㅡ말을 이어갔다.

 

"제법 강단이 있는 버러지로군. 하지만 네놈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마치 네놈이 지키는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상자 무더기들마냥ㅡ네놈은 아무것도 아니지.

나는 네놈을 1초 미만의 시간만을 소모함으로ㅡ영구히 없애버릴 수 있다. 마치 이 상자처럼. 카오스 마린이 거대한 발을 들어올려,

단단한 강철 군화로 옆에 있는 상자 하나를 짓밟았다. 조명 때문에,그리고 무엇보다도 카오스 마린 본인의 오만 때문에,

상자에 녹색으로 적힌 취급 주의, 절대 밟지 마시오 경고문은 조금도 읽고 고려치 아니하며.

 

그리고 무언가 철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버러지, 이 안에 뭐가 들었던거ㅡ"

 

곧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고, 뜨거운 불길이 위로 확 치솟으며 카오스 마린이 있던 자리를 휩쓸었다.

뜨거운 풍압 속에, 존슨은 뒤로 물러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알 수 없었고,

그러다가 카오스 마린이 뭐라뭐라 혼자 떠들다가 지뢰를 스스로 밟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대략 4초 정도가 지나야만 했다.

 

4초 전만 해도 공포 속에 떨고 있었던 존슨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살았다는 안도감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도감은 정확히 4.5초까지만 지속되었으며ㅡ

정확히 5초되는 순간, 불길 속에서 걸어나오는 악귀의 모습을 보게 되자

그는 다시 엄청난 공포 속에 얼어붙고 말았다.

 

"이 개같은 버러지가!!!"

 

불에 새까맣게 탄 카오스 마린의 면상은 말 그대로 악귀로ㅡ

반쯤 녹아내린 얼굴에서는 고기 타들어가는 냄새가 가득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결국, 마음을 놓아버린 존슨은 마침내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며 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마음만 먹으면, 감히 바로 옆을 지나가려는 가드맨 하나 정도는 옆을 지나기도 전에 매처럼 채어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머리통을 짓밟아 으깨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막이 다 타버리고, 얼굴까지 새까맣게 되어버릴 정도로 녹아버린 얼굴과 제한된 시야 때문에,

카오스 마린은 울면서 도망치려는 가드맨의 모습을 우렁찬 마지막 전투 구호와 함께 자신에게 도전하려는 것으로 착각해버리고 말았고ㅡ

그것으로, 버러지에게 더 끔찍한 절망을 안겨주고자

일부러 카오스 마린은 팔짱을 끼며 가드맨을 기다렸지만

그에게는 어처구니없게도, 가드맨은 그저 그를 스쳐 지나갈 뿐이였다.

 

그제서야 자신이 기만당했음을 깨달은(본인 혼자서의 착각 속에) 카오스 마린은 그를 뒤쫓기 시작했다.

 

4.

처럼 울면서 복도를 가로지르는 존슨 이병의 모습은 흡사 광인 그 자체라 할 수 있었는데,

그 뒤를 바짝 쫓는, 아직도 염화 프로메슘이 만들어낸 지속성 불길에 휩싸인 카오스 마린의 모습을 보노라면

그의 광기가 그야말로 이해가 갈 수 밖에 없다 할 것이다.

아무튼 놀랍게도, 존슨 이병은 그 와중에 용케도 자신이 처음 통과했던 수병용 지름길을 생각해냈고,

카오스 마린이 전력 질주로 달려와 그를 잡아채기 직전 그 안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이 버러지놈! 넌 이 몸이 잡아죽이겠다! 네놈의 육신은 가장 천한 짐승의 제물로 쓸 것이며,

네 영혼은 워프의 악마들에게 진상하여 영원토록 고문받게 할 것이다!!"

 

ㅡ라지만, 그런 무시무시한 협박조차도 겁에 질려 미치기 직전인 존슨에게는 어차피 별로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결국 분노한 카오스 마린은 좁은 수병 통로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내부는 비교적 좁았으나, 카오스 마린은 무지막지한 힘으로 그것을 헤치며 억지로 전진해나갔다.

갑주에 가득한 가시들이 자꾸 벽에 걸리고 걸려서ㅡ카오스 마린은 배반 이래 처음으로 신들이 하사한 선물을 원망할 지경이였는데ㅡ

그래도 결국 동력 끊긴 문 앞에서 절망 속에 문을 두들기는 가드맨을 발견하자

카오스 마린은 마침내 미소를 지었다.(물론 면상이 다 타서, 가드맨은 알아볼 수가 없었지만 어쨌든 본인에게는 미소인)

 

"드디어 잡았다. 자..네놈을 어떻게 죽여줄까?

팔다리를 하나씩 떼줄까? 아니면 쾌락의 왕자님을 섬기는 시종 놈들에게 바쳐서, 살가죽을 벗겨줄까?

아아, 좋은 생각이로다. 네놈의 거죽은 제법 좋은 양피지가 될 거다."

 

사실 그 자리에서, 볼트 피스톨로 쏴죽여도 그만이고

아니면 무언가 다른 방법도 많았을 것이다 아무튼. 카오스 마린은 아스타르테스로, 아스타르테스는 수천가지 이상의 살인 방법을 마스터한 초인들이니까.

허나, 가드맨이 단검을 뽑아드는 것을 발견하자, 카오스 마린은 그래도 역시 강단있는 놈이라는 희대의 오판을 해버리고 말았다.

눈도 반쯤 녹아서 흐릿해지고, 귀까지 대략 멀어버렸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그래서 아무튼, 카오스 마린은 존슨 이병의 전사의 기질을 존중하야ㅡ

그의 목을 손수 부러트리기 위해 다가갔다.

 

여기서 참고로, 그는 카오스의 위대한 투사로, 일개 워밴드의 전쟁인도자였으며,

이른바 언디바이디드라 불리는 부류의 헤러틱 아스타르테스였는데

그의 몸에 돋아난 흉물스러운 촉수와 부속지는 젠취, 슬라네쉬와 너글의 선물이오,

플라스틸 단검보다 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손톱은 코른의 선물이였으며

그리고 무엇보다도ㅡ머리에 돗아난 커다랗고 단단하며, 날카로운 뿔들은 만신들의 축복이였다.

그 뿔들은 아주 길고 단단하여ㅡ충성파 아스타르테스들을 찔러 죽이는 묘기를 부리는데 그가 자주 사용하는 것이였다.

 

그 뿔들의 용도에 대해 설명하는 이유라 함은, 이제 곧 그 뿔들이 천장의 교차연결용 파이프 중계관들과 만날 예정이기 때문으로,

결국 수 초 후 뿔들에 접촉하여 간단하게 잘려나가게 될 이 파이프들을 타고 흐르는 것은ㅡ

금속조차 녹일 정도로 초고열의 증기였다.

 

뿔에 닿은 파이프가 터지며, 곧 무시무시한 증기가 수천년간 신들을 위해 봉사해온 헤러틱 아스타르테스의 머리 위를 그대로 덮쳤다.

고통 속에서, 카오스 마린은 비명을 질러댔다. 존슨 일병은 두려움 속에 엉엉 울며 엄마와 황제 폐하를 연신 번갈아가며 부르짖었다.

곧 좁은 통로 안이 후끈 달아올랐고, 카오스 마린은 그의 코 앞까지 다가왔다.

존슨 이병은 고향에 계신 엄마와 우릴 굽어살피시는 황제 폐하에게 마지막으로 기도를 올리며,

마지막 약간의 용기 속에 단검을 앞으로 내밀며 이제 곧 다가올 끔찍한 죽음 앞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카오스 마린은ㅡ아니 이제는 그저 푹 익어버린 고기덩어리는,

그대로 푹 쓰러지며 스스로 머리통을 단검에 박아넣었다.

 

에, 에에?"

 

그리고 그 순간, 잠겨 있었던 문이 열렸다.

존슨은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을 비비며 뒤를 돌아보았는데,

뒤편에는 아직까지 살아남은 가드맨들이 마지막 바리케이트 뒤편에서 최후의 전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앞에 나타난, 물이란 물은 다 흘리고, 재로 범벅이 된 존슨의 모습이란 절묘하게도 위대한 전투 속에 승리한 영웅의 그것과도 같았으며

무엇보다도 존슨의 앞에는, 그의 단검에 대가리가 꿰뚫린 카오스 수괴의 사체가 쓰러져 있었다.

 

침묵 끝에, 운 좋게도 카오스 워밴드의 학살 속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그의 선임이 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ㅡ처음에는 중얼거리다시피, 그리고 곧 맹렬한 환호성 속에.

 

"존슨..존슨! 존슨! 존슨! 그가 해냈다! 그가 해냈다고!! 젠장!! 그가 배반자 마린 우두머리를 쓰러트렸다!!!"

 

우렁찬 행가레 속에, 수많은 가드맨 장병들이 그의 이름을 부르짖는다.

그리고 놀랍게도, 외부에서도 또 한 번의 기적적인 우연이 이어지고 있었으니..

그것은 리프트 스토커 프라이머리스 챕터의 지원군이 지금 막 도착한 것으로

대균열의 영향으로 예정보다 다소 지연된 시간이였지만

그들로 말미암아ㅡ정거장을 습격한 카오스 워밴드의 습격은 완전히 축출되었다.

 

그러나 그와 함께하는 가드맨들에게, 이번 습격과 아스타르테스들의 지원은 그저 하나의 사건에 불과할 뿐이였다.

왜냐하면, 앞으로 가장 위대한 가드맨으로 섹터 내에서 칭송받으며, 결국 행성 총독의 자리까지 오르게 될 존슨에게는

이와 같은 우연들과 행운들이ㅡ아니면 어쩌면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은 그런 사건들이 가득히 남아 있었으므로..

 

다만 그걸 모르는 존슨은, 사람들의 칭송 속에 그저 팬티를 갈아입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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