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에서 국회의사당 건물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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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계에서 국회의사당 건물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인 것 같아.
1. 설계 공모의 진행과 이후 설계 과정의 불합리함
2. 그로 인한 결과물의 정체성 부재
국회의사당의 설계는 1968년 현상설계 공고부터 논란이 많았어.
내용을 보면 당선작을 선정하지 않고, 우수작만 선정해서 공모안에 대한 저작권과 본설계 실시권을 부여하지도 않았고,
또 제출기간이 72일, 우수작에게 설계보상비 70만원 이라는 터무늬없는 조건 때문이었지.
이에 대해 당시 건축계는 ‘어떻게 현상공모에 당선작인 없을 수 있느냐?’,‘70만원이면 제출하는 도면 종이값이다.’,
‘72일안에 제출이면 설계는커녕 다른나라 국회의사당 모방하는 것도 버거운 시간이다.’ 라며 격렬하게 반응했어.
지명을 받은 6사람 중에 3사람은 공모방식에 항의하는 의미로 작품을 제출하지 않았지.
이런 불협화음을 거쳐서 선정된 준우수작이 오른쪽 아래야(왜 우수작이 아니라 준우수작이 자료이미지에 있는지 모르겠음),
그리고 나머지는 지명받은 3명의 건축가의 설계안이고.
봤을때 어떤게 느껴지니? 뭔가 몰개성이 느껴지지 않니?
당연한 결과인 것이, 당시는 사람이 손으로 도면을 그리고, 모형을 만들고, 투시도를 그리던 시대였는데,
국회의사당 같이 큰 규모의 건물을 72일이라는 시간동안 디자인 하라고 주문한 거야. 당연히 창의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 없지.
또, 공모가 끝난 이후에도 문제가 많았어.
건축건축위원회를 조직한다음 6명의 사람이 의논해서 계획설계를 실시하라고 한거야.
한마디로 위에 있는 안 들을 짬뽕해서 하나의 안으로 합치라고 한거지. 기간은 50일동안.
거기에서 나온 대안들이 이거야. 건축위원회는 이 중에서 또 좋은 점을 골라서 25일 만에 기본설계를 완성하는데,
결과물이 이거야. 당선안이 없는 상태에서 75일 만에 계회설계와 기본설계를 완성하는 건 지금을 기준으로 봐도 어이가 없는 일정이야.
디자인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컨셉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디자이너의 의지가 반영되는 것은 디자인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야.
영화 촬영에서 감독이 있고, 오케스트라에 지휘자가 있는 이유지.
그런데 국회의사당의 설계는 선장없이 그리고 컨셉도 없이 시간도 없이 진행된거지.
기본 설계 이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알듯이 돔 추가하고 어쩌고 하면서 결국 완공이 되어.
여기까지 설명해도 이게 뭐가 문제냐? 빠른시간에 잘 지었으면 된거 아니냐? 내가보기엔 디자인도 이상하지 않다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그러면 우리나라 국회의사당 설계가 저렇게 진행될때 동시대 다른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아야해.
첫번째 건물은 오스카 니마이어가 설계한 브라질 국회의사당이고, 두번째는 루이칸이 설계한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이야.
우리나라가 국회의사당을 지을 시기에 세계에서 여러나라가 독립하고 민주화되었기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국회의사당 건물들이 많이 지어졌어. 앞에 말한 두 건물도 그 당시에 설계되고 지어진거야.
자신들의 독립이나 민주화를 기념하기 위해서 정말 공들여서 정말 시대를 대표하는 건물들을 지었어.
그런데 이때 우리나라는 200년 전에 지어지던 건축양식으로, 컨샙도 어떤 의미도 없이 지금의 국회의사당을 지은거야.
여기까지 설명해도 그게 뭐가 문제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있다면 한가지 더 이야기하고싶어.
나라에서 진행하는 현상설계는 세금으로 건물을 짓는 것이기 때문에, 의식있는 문화 선진국에서는 종종 새로운 시도를 새로운 건축가가
할 수 있는 등용문으로 여겨지기도 해. 효율이나 기타 다른 현실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장려하는 공모전이
종종 진행되는거지.
첫번째는 베트남참전용사기념비이고, 두번째는 퐁피두센터야.
내가 말한 새로운 디자이너에 의한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들이지, 그리고 둘다 공모에 의해 지어진 것들이야.
기념비는 당선당시 학생이던 마야린에 의해 디자인되었고, 퐁피두센터는 당선당시 무명이던 랜조피아노에 의해 설계되었어.
마야 린은 19살, 랜조피아노는 34살 때의 일이야. 그리고 미국과 프랑스는 세계 건축사에 길이 남는 걸작을 하나 더 가지게 되었지.
우리나라 현상설계는 아직도 50년 전에 있던 국회의사당 현상설계와 별반 다를 것 없이 진행돼.
건축사들의 수 많은 시정 요구에도 불과하고 아직도 설계비는 불합리하게 적고, 설계자의 의도는 건물에 반영되지 않아.
그리고 나는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건축에 대해 잘 모르고, 디자인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또 어떤 건물이 좋은것 인지 경험해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좋은 건축의 필요성을 몰라서 지속되는 면도 있다고 봐.
마지막으로 지어진 시청사와 공모당시 제출된 시청사 모형이야.
지어진 건물은 설계자의 메인 의도를 하나도 반영하지 않았어.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난이도 높은 시공을 해놓고
또 컨셉없고 의미도 없는 건물을 하나 만들어버린거야. 이게 얼마나 세금낭비니?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이 공공건축물의 중요성이나, 가치에 대해 알고 재대로 된 건물이 지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해.
앞으로 좋은 공공건물이 많이 지어지려면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사당 건물은 잘못 디자인 되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사실을 아는 안목도 키워야한다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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