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내 이름과 함께 간부 하나 날라간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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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왠만해서는 이글을 읽는 당신보다
매우 최근에 입대해서 매우 최근에 전역했다.

그리고 학교나 대학에서 그랬듯,
조별과제할때 빼고는 텅텅 빈 내 연락처처럼
난 언제나 인간관계를 원만히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군대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다.

분명 후방에 있는 비전투병과에 떨어졌는데
남들보다 백배천배 쉬운 군생활인데
고립된 단체생활이라는 것이 나를 돌아버리게 만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를 이해해주고
적응하게끔 도와주려는 동기와 선임들이 있었고
어리바리해도 날 좋게 생각해주는 후임들이 있었다.

내가 그들의 속을 뒤집어놓고 한번씩 줘패고 싶어도
부조리 안하겠다는 핑계로 병장까지 잡일 맡아서 하는 등
미안해서라도 최대한 꿀빠는 거를 피했던것이
그들에게는 정상참작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전역한후에 군대와는 다시 접점이 없었으면 하지만
그들이 메세지를 써준 사진액자는 아직도 잘 간직중이다.
단체생활에 힘들었던 때 다들 도와줘서 고맙다. 사랑한다.)
암튼 그랬던 군생활이었다.

그리고 상병때쯤에 우리 소대(소대편제의 부대는 아니었으나, 독자를 위한 편의상 이렇게 부르겠다.)에 간부 한분이 전입왔다.

아마 재입대를 해서 나이에 비해 계급이 낮았으나 좋은 경력도 있었다. 근데 그런건 병사들 알바는 아니고
이 간부는 병사들의 꼭지를 돌아버리는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었냐면
이 사람이 당직사관설때, 다들 청소를 개빡세게 했으나,
결국엔 다시 뒤집어서 재청소를 하고
근무시간에는 스패너를 병사들에게 던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곧이어 사단에서 감찰이 나오고
우리 소대는 이사람을 보내버리기로 작정을 했다.
그리고 알게 된 것

1. 우리 소대 뿐만 아니라 다른 소대도 이 사람에 대해 벼르고 있었다는것

2. 엄연히 위병(군대 나왔으면 어떤 의미인지 알거다.
그 순간만큼은 계급막론하고 그 자리를 통제할수 있는 자)인
위병소 근무자를 차로 위협한적이 있는것

3. 그 간부가 우리 소대 내에서 나에 대한 뒷담화를 까고 다녔던것


암튼 차로 위협하든 스패너로 위협하든
위해적인 행동을 병사들에게 꾸준히 하고 기타 등등
여러 가진 사안 등이 사단 감찰부에 다이렉트로 꽂혔다.

우리 소대원들은 병사들에게 나에 대한 뒷담화를 꾸준히 한것에 대해 분노를 참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 사람이 나에 대해 뒷담화를 한것을
감찰을 계기로 알게 됐다.

뒷담화에 대한 사실 안 나는 여러 감정이 오고갔다

그 간부는, 나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못자란 아이처럼 나를 대하는 게 티가 나긴 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군대에서 어리바리하고
적응하지 못했던게 팩트였기 때문에.

그 간부가 병사들에게 나에 대해 뒷담화를 한 이유도 알거같다
나는 어리바리하고 적응하지 못했던게 팩트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병사들이 날 싫어할거라고 생각했을 모양이지.
아니, 속으론 싫어했을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타적인 동료들을 만날수 있었던 매우 운좋은 사람이었다.


병사들이 쓴 고발내용 중에는
그 간부와 나 사이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이 올라갔고
나는 그 사람에 대한 단 한글자도 쓰지 않았음에도
부대본부에서 그 사람에 대한 추가적인 진술서를 써야 했다
우리 소대에서 그 간부에게 위해적인 행동을 가장 많이 당한 사람과 함께.

그리고 그 간부는 경고만 받고 옷은 안벗는걸로 잠정 결론이 났다.
그러나 다시 문제가 생긴다면 아마 옷을 벗어야 했으니
내가 전역한 후에도 몸을 사렸을거다.

근데 문제는 항상 다른 데서 터진다.

오랜만에 나와 비슷한 기수끼리 모여있는
군대 카톡방에서 알림음이 올렸다.
아직 군대에 남아있었던 친구가 알린 소식이다
그 간부가 옷을 벗는다고 했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어했다.

사건의 진상을 알기까지는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나와 한두달기수 아래인 형이 있었는데
그 형이 전역하자마자 국방부 민원실에 민원을 찔렀다는거다
전역할때까지 벼르고 있었다가....

그 소식은 연대장 귀에 들어왔고
그 간부의 억울함과 별개로 또 문제가 터진셈이니
가차없이 옷을 벗게 됐다.



그리고 얘기가 다소 길어졌는데
결론은 뭐냐면 그 간부가 나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오해할만한 상황이기 하나, 나는 당신을 고발하지 않았다.
부대본부에서 쓴 내 진술서에도 당신이 나를 친절하게 대해줬다는 둥, 당신을 옹호하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나는 당신이 처자식이 있음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병사들과 선진군문화에 대한 배신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당신이 안다치길 빌었다.

불명예가 남은 당신의 공무원 생활,
공무원으로써의 소명의식이 무엇인지 딱 한번쯤은 고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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