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퇴장은 이랬으면 하는 망상

 

 

거대한 전쟁 끝으로 이제 우주적 존재의 침략도 없어지고

초현실적인 능력들도 대부분 사라져 버리고

세계도 안정화 된지 30년뒤

 

 

 거대한 전쟁으로 대부분의 히어로 빌런들은 사망하고

남은 히어로들도 토사구팽당하든 아니면 전부 숨어버린

히어로가 더이상 필요없는 시대

 

 

정체가 탄로나 배트맨 시절 저지른 불법들이 밝혀져

재산은 모두 압류돼서 사회에 환원되고 가짜 신분으로

슈퍼맨의 농장 근처 작은 오두막에서 전우들의 유품들과 함께

힘을 잃어가 정신이 오락가락한 원더우먼 돌보며 20년을 보낸 배트맨

 

 

 이제 나이도 70이 넘고 그에게 남은건 백내장으로 빛을 잃은 한쪽눈 매일 진통제 없이 잠들수 없는 상처 투성이 몸뿐

 

 

그렇게 돌보던 다이애나는 잠들듯 흙으로 돌아가고 

동료들의 유품과 그녀를 묻고 집을 정리하고 외투한벌을 걸치고

20년전 도망쳤던 고담으로 다시 돌아간다

 

 

 이제 예전에 마계 고담은 더이상 없고 너무나 밝아진 도시에

낯설어 하며 과거 자신의 숙적들을 찾아 도시를 뒤지는 배트맨

 

 

가죽만 벗겨져 고담 역사 박물관에 전시된 킬러크록

 

 

창남이자 창녀로 일하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클레이페이스

 

 

이제 사람의 형체도 없이 거대한 식물원이된 포이즌 아이비

 

 

그리고 공포가스에 너무 절여져 10여년째 공포속에 침대에 묵여선 고담의 사회복지 시스템으로 죽지 못하고 연명하는 치매노인 크레인

 

 

자신의 가장 열정적인 시절을 서로 죽일듯이 싸웠지만

어찌보면 가장 자신을 잘알고 이해했을지 모를 적들을 만나며

이제는 분노인지 연민인지 슬픔인지 모를 감정을 느끼는 배트맨

 

회상에 젖은 배트맨을 깨운건 허공을 휘젓던 크레인 손이 그의 팔을 잡았을때 였다. 이때까지 와달리 뚜려한 눈으로 배트맨을 처다보며 크레인이 뱉은말은 제발 끝내줘 배트맨

 

 

 그날 배트맨은 배개를 들어 처음으로 살인을 저지르고선 심정지에 몰려 오는 의료진들 사이로 빠져나간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도달 한곳은 신원미상자들이 묻힌 공동묘지

이름대신 번호가 써있는 묘비 앞에 한참 서있자 달려온 직원이

유가족 이시죠? 한마디 하곤 대답도 하기전에 유품을 넣아둔

봉투를 떠밀고선 사라진다.

 

 그 봉투안에는 지갑이 하나 달랑 들어있다 길바닥에 있어도 아무도 줍지 않을것 같은 낡은 지갑안에는 동전 몇센트 꼬깃꼬깃 모아둔 무료급식 쿠폰 구리고 가장 안쪽에 소중한듯이 보관해둔

 

 

 

조커 카드

 

그걸 뽑아 들자 거기에 써있는 익숙한 글씨로 써있는 문장

 

Miss me?

 

 피식 웃던 배트맨은 이내 참지 못하고 눈물이 살짝 고일 정도로 폭소한다. 이렇게 웃는건 몇년 만인가? 아니 평생 처음인가? 같은 생각을 하며 

횡량한 공동묘지 앞에서 한참을 웃던 배트맨은 겨우 진정하고선 돌아 자리를 뜨려는 순간 바람결에 들여오는 배트맨 이라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그

 

 그리고 그에 눈에 들어오는건 드넓은 평야에 있는 수많은 묘비들뿐 그리고 이제 배트맨도 그자리에서 사리지며 엔딩이 나는

 

그런걸 망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