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 사라진 성수동 … “노 코리안 , 온리 잉글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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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A씨는 지난 3일 최근 서울 성동 구 성수동 에 문을 연 이탈리아 여성 의류 매장을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 매장은 이탈리아 브랜드지만, 미국 (캘리포니아·뉴욕)을 테마로 하는 옷 가게다. 여러 걸그룹 아이돌 이 입어 ‘아이돌 덕질 필수템’이라며 입소문을 탔다.
진열된 옷을 구경하던 A씨가 한 직원 에게 “화장실이 어디냐?”고 묻자 직원 은 “노 코리안 (No Korean)”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얼마나 대 기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이해하지 못 하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How long will it take?”라고 묻자 그제서야 “써티 미닛스(Thirty minutes)”라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브랜드 컨샙만 미국 인 줄 알았더니, 가게도 미국 컨샙인 줄 몰랐다”고 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국 인 직원 강모(17)씨는 “한국 인 직원 이 부족해서 급하게 중국 , 일본 국적의 직원 들을 채용했다”며 “중국 인 직원 이 40명, 일본 인 10명 정도로 한국 인 직원 보다 외국 인 직원 이 많다”고 했다.
(중략)
최근 들어 일부 매장의 메뉴판 에 영어 만 적혀 있거나 직원 대 다수가 외국 인인 경우가 생겨나면서 “성수동 이 외국 처럼 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본지 기자가 외국 인이 자주 찾는 연무장길과 성수이로 일대 를 살펴본 결과, 외국 어로만 고객을 응대 하는 매장이 다수 있었다. 성수동 의 한 카페는 메뉴판 과 안 내문이 전부 영어 로 써있었다. ‘커피(COFFEE)’라고 적힌 항목에는 ‘아메리카노(Americano)’, ‘바닐라 빈 라떼(Vanilla Bean Latte)’, ‘피넛 크림 라떼(Peanut cream Latte)’ 등 메뉴가 모두 영어 로 돼 있었다. 원두 종류도 ‘로스티드 월넛(Roasted Walnut)’처럼 전부 영어 로 적혀 있었다.
계좌 이체를 위한 계좌번호마저도 ‘신한뱅크(SHINHAN BANK)’다. 해당 카페를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박영민(58)씨는 “나처럼 나이 들고 영어 가 익숙지 않은 사람 은 이 카페만 오면 퀴즈쇼에 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이윤정(47)씨도 “영어 도 영어 인데, 글씨체 모양이 특이해 무슨 메뉴인지 알아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외국 인이 운영하는 한 인도 음식 점은 주문마저 영어 가 필수다. 사장 과 종업원 모두 현지 인도인이라 한국 어가 안 된다. 고객들은 “영어 로만 주문해야 해 불편하다” “현지 감성을 느낄 수 있지만 영어 를 모르는 사람 은 어려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말에 성수동 을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윤지현(26)씨는 “요새 성수동 음식 점은 블로그에 들어가서 추천 메뉴를 봐야 주문이 가능할 정도”라며 “안 내판 으로는 도무지 무슨 음식 인지 가늠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는 “젊은 소비자들이 자주 접하는 한국 어보다 영어 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측면이 있어 성수동 이 이렇게 변화했을 수 있다”며 “여기에 이런 소비자층을 흡수하는 게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상인들이 매장 컨셉을 ‘이국(異國)’으로 잡은 것 ”이라고 했다.
옥외광고 물 등 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광고 물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 맞춤법,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및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시해야’ 한다. 외국 문자로 표시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해야 한다.
하지만 성수동 일대 에는 한국 어 설명 없이 ‘피자 바(PIZZA ’BAR)’, ‘타코 게라지(TACO GARAGE)’처럼 영어 로만 이루어진 영어 간판 이 다수였다. 영어 뿐 아니라 일본 어, 불어 등으로 적힌 간판 도 있었는데, 한 20대 여성 무리는 영어 와 불어가 뒤섞인 한 상점 간판 을 보더니 “향수? 디퓨저?”라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성동 구 관계자는 “평균 주 1회 현장을 확인하며 한글 표기를 비롯한 규정 위반 광고 물에 대 해 계도, 시정명령 및 이행 강제금 부과 행정조치를 하고 있다”면서도 “벽면 이용 간판 중 4층 미만에 설치하는 표시 면적이 5㎡ 미만인 간판 은 허가 및 신고 배제 대 상으로 행정처분이 불가한 예외 규정 등으로 인하여 법적 규제 등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는 “소비자들이 영어 간판 으로 접근이 불편하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이는 간판 을 이해하는 사람 만 받겠다는 문화 사대 주의적인 발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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