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발. 개좆같은 이세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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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죽었다가 눈을 떴더니 아기가 되어있고 심지어 이세계 판타지 세상이라는 그런거.
“보통 이세계 환생같은 거 하면 귀족이나 왕족 자제로 태어나지 않냐?”
아무리 좋게 봐줘도 마을정도 될 법한 내가 태어난 곳이자, 살고 있는 곳을 보며 나는 그리 작게 투덜거렸다.
살투스 마을의 아버지 파베르, 어머니 베나의 아들로 태어난 나는 빌어먹을 신분제가 남아있는 이 세계에서 대다수의 위치를 차지하는 평민으로 태어났다.
“잉제스, 뭐하니?”
이세계의 내 이름, 잉제스를 부르며 다가온 아버지는 내 머리를 우왁스럽게 쓰다듬었고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선천적인 혈통의 한계와 그에 따른 인생의 오를 수 없는 벽에 대한 고찰이요.”
“선…뭐?”
“저희 집 벽이 참 튼튼해보인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 이 애비가 하나하나 쌓아올린 거니까 말이지. 비바람이 몰아쳐도 튼튼하단다! 하하하!”
“하하하…”
평민이라도 충분한 교육을 받을 정도로 형편 좋은 세상도 아니었고, 별다른 교육 없이도 알기 쉬울 정도로 이 세상의 문자가 쉬운 것도 아니었다. 우리 마을의 대부분이 문맹이었고, 문자를 아는 이들도 필요한 단어 몇가지를 알 정도였으니까.
“뭐 굳이 말하자면…”
정말이지 좆같은 이세계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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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깡! 깡!
시끄러운 망치질 소리와 후덥지근한 대장간. 마을의 대장장이인 아버지의 작업 모습을 보며 나는 5살 생일 선물로 받은 조각칼로 나무를 깎았다.
“보통 뭔가 숨은 비밀이나 과거가 있다던가 그러던데…”
평범한 대장장이인줄 알았더니 사실 아버지가 은퇴한 전설의 기사이며 나는 그런 아버지의 숨겨진 비기를 이어 새로운 기사가 되는 그런 이야기도 있지 않는가?
“오, 잉제스! 역시 내 아들이다. 잘 하는데?”
잠시 내리치던 망치를 내려놓은 아버지는 내가 깎고 있는 것을 보고는 우왁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실력을 칭찬해주었다.
“너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때부터 우리 집안은 대장장이로 우리 마을의 기둥이 되었지. 살투스 마을에서 사용하는 농기구부터 집까지 우리 집 안의 손길을 안 거친 것이 없단다.”
내 자그마한 기대를 박살내는 아버지의 말에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집안 대대로 대장장이라니 어딘가의 숯쟁이가 전설의 귀살대를 만나서 비기를 전승시켰다는 억지 설정이라도 없으면 특별한 것이 있을리가 없잖아.
“으음, 고칠 부분이 있을까요?”
“이정도면 충분하구나. 게다가 목검은 이미 몇번이고 만들었잖니?”
“이건 이제 내가 쓸거니까 더 잘 만들고 싶어서요.”
“하하하. 내가 쓸 거는 더 잘 만들고 싶은게 당연하지. 줘보렴. 아비가 특별히 가죽이라도 감아주마.”
내가 깎아만든 목검을 가져간 아버지는 가죽끈을 손잡이에 꼼꼼히 감아주었다.
“잉제스~ 놀자아~”
“오늘은 내가 기사할꺼야!”
마을 또래의 목소리에 나는 가죽끈이 감겨 그냥 목검보다는 훨씬 고급져보이는 목검을 챙겨 나는 밖으로 나갔다.
“저녁 먹기 전에는 돌아올게요.”
“오냐~”
보통 같으면 숨겨진 비기를 배우며 단련을 해야하는데 또래 애들이랑 기사 놀이나 하는 이세계 환생이라니…정말이지 좆같은 이세계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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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도축된 가죽을 쌓아두고 있으니 뒤에서 어머니가 안으시며 내 볼을 만지작거리셨다.
“아들~ 도와줘서 고마워~”
어머니는 마을의 사냥꾼이다. 물론 부업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사냥해오는 동물의 가죽과 고기는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했다.
“나중에 활 쏘는 거나 다시 알려주세요.”
“아구~ 알았어.”
사냥꾼에 활까지, 혹시 특별함은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 쪽 아닐까? 혹시 그렇다면 어머니는 하프엘프? 나에게 혹시나 엘프의 혈통이? 같은 생각을 한적도 있지만 순도 100% 인간이었다.
“엄마는 옛날에 용병 했다고 했지?”
“응. 비록 철급 정도지만 말이지.”
거기다가 잘 나가는 과거같은 것도 없었다. 철급의 용병은 밑에서 두번째. 초보티가 벗어난 정도의 용병일뿐이었고, 어머니는 용병 활동을 하다가 얼마되지 않아서 아버지랑 눈이 맞아서 결혼을 했을 뿐이었다.
“용병 하기 전에는 뭐했어?”
종종 그런 것도 있지 않은가? 귀족 여식이 가문이 몰락하고 용병이 되어서 가문을 다시 부흥하려다가 사랑에 빠지는 그런 스토리.
“작년에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 만났지? 상인이라서 엄마도 상인하려고 하다가 돈 계산이 너무 못해서 용병이나 했지 뭐. 우리 아들은 엄마랑 다르게 머리가 좋은 것 같아서 다행이야.”
일말의 기대마저 아주 그냥 앗아가시는군요.
이 놈의 집안은 뭔가 비밀이 없다. 숨겨진 과거도 없으니 일말의 기대도 못 품게 하고 말이야.
“아들, 이거 고기 칼 아저씨네에게 좀 가져다주고 오겠니? 엄마는 활 준비하고 있을게.”
“네에.”
기껏 이세계 환생해서 평범하게 활과 도축만 배우는 삶이라니 정말이지 좆같은 이세계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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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마을에 들렀던 용병에게 검을 배운다거나, 마법을 배운다거나. 나도 혹시나 괜찮아 보이는 용병이 마을에 오면 뭐라도 알려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애초에 우리 마을에 외부인이 잘 안 와…”
숲에 자리잡은 마을이라 약초나 버섯같은 게 우리 마을 주요 특산물이지만 그렇다고 엄청 특별한 것은 또 아니었기에 주기적으로 들리는 행상인을 통해 판매할 뿐이었다.
“몬스터라도 나오면 용병을 보겠지만…”
이세계 판타지답게 숲에는 몬스터라는 것들이 있다지만 본 적도 없을 뿐더러, 숲에서 사냥하는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고블린 정도 밖에 없고 그마저도 마을이 속한 영지의 병사들이 주기적으로 토벌을 한다고 한다.
“여행자도 본 적이 없고.”
얼마나 외부인이 마을에 안 오면 마을에 여관같은 것도 없다. 이 마을이 생기고나서 외부인이 온 적이 거의 없다는 뜻이겠지.
“어쩜 이렇게 하나하나 주옥같이 사람의 이세계 생활 희망편을 깨부실까?”
이제 남은 가능성은 뭐가 있을까? 교회에서 성인식으로 세례를 받다가 용사의 자질이라도 생기던가, 아카데미에 간다거나, 주기적으로 마법에 재능이 있는 아이를 찾다가 내 재능이 발견된다던가.
“일단 교회 없잖아.”
가구 수도 열개가 될락말락하는 마을에 교회가 있을리가 없었다. 그래도 신앙은 있다. 이 세계는 유일신이 아니라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다양한 신들이 있는 다신교의 사상이었다. 사제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때그때 필요한 신을 찾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자신의 직업에 따라서 주로 믿는 신이 있는 느낌이었다.
“아카데미도 없고.”
정확히는 평민이 들어갈 수 있는 아카데미는 없다. 귀족 자제들은 나이가 되면 아카데미에 입학한다는 얘기를 듣기는 들었다.
“주기적으로 마법 재능 찾아다니는 마법사들?”
내가 태어난 이래 그런 걸 본 적이 없다. 애초에 그런게 있었으면 내가 먼저 달라붙으면서 마법 가르쳐달라고 떼썼지.
“애당초 마법사를 본 적도 없고.”
그래도 본 적이 없을 뿐, 다행이 마법은 존재하는 것 같다. 행상인들이 마법도구 같은 걸 파는 걸 봤으니까. 물론 비싸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물건들이라서 구매하는 사람은 없지만.
“못 해도 마법은 배워보고 싶은데…”
아니 뭐 이세계 환생까지 했는데 기연이 없다. 기연이. 정말이지 좆같은 이세계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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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마을은 확실히 좋은 마을이다. 가구 수가 적기는 해도 숲에 자리하고 있다보니까 자원, 특히 먹을 것도 풍부하고. 매년 주기적으로 영주님의 병사들이 숲의 몬스터도 토벌하니 안전하기까지 하지. 그래서 우리 마을에서는 그다지 도시로 나간다는 원대한 꿈을 꾸는 녀석이 별로 없다.
“난 성인이 되면 용병이 될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골 마을 한적함에 질려 성공을 위해 도시로 나가고자 하는 놈들이 종종 나오는데 내 또래 중에 그런 놈이 있을 줄이야.
“날 한 번도 못 이긴 놈이 잘도 용병을 하겠다. 아이오.”
방금도 나랑 목검으로 대련(실상은 칼놀이에 가깝지만)에서 지고 바닥에 엎어진 아이오가 그런 소리를 하는 게 우습기는 했지만 말이다.
“잉제스, 너가 1살 더 많아서 그런거야!”
“지랄한다. 으이그.”
되도 않는 변명을 내뱉는 아이오의 옆구리를 툭툭 발로 찬 나는 숲을 향해 손가락질 했다.
“배에 기름칠이나 하러가자.”
“앗싸!”
집에서 밥을 굶기는 것도 아니것만 이 나이의 위장이란 시도때도 없이 먹을 것을 갈구했기에 아이오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벌떡 일어나 숲을 향해 잰 걸음을 옮겼고, 나도 짐을 챙겨서 그 뒤를 따랐다.
“뭐가 없네.”
“그러게. 어째 함정에 걸린 게 없냐.”
어머니에게 배운 사냥용 함정 몇 개를 숲 곳곳에 설치해놨지만 오늘은 아쉽게도 걸린게 없었다.
“기름칠 못해?”
“쩝…”
이대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이리저리 숲을 돌아다니며 고기 먹을 생각하다가 그냥 돌아가자니 위가 여간 허전한 것이 아니었다.
“사냥하자.”
목검과 함께 챙긴 짐에서 물건을 하나 꺼냈다.
“실전은 처음인데.”
어머니한테 활을 배우다가 활이란 놈이 영 불편해서 만든 석궁을 꺼냈다.
당연하게도 대단한 녀석은 아니다. 자동 장전이 되는 것도 아니고, 연사가 되는 것도 아니고, 일반 활보다 강한 것도 아니고, 구조 때문에 화살에 화살깃을 쓰기도 애매해서 그냥 나무 막대기를 날카롭게 다듬은 녀석을 걸어서 쏘는 녀석이니까.
“미리 장전해두는 것 말고는 장점이 없다니까.”
“그거 전에 쓰다가 부서진 놈 아냐?”
내가 석궁 쏘는 연습을 하다가 석궁이 망가지는 걸 본 아이오는 불안감에 그리 물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빠랑 같이 새로 만든거니까 걱정마.”
전생에 샤프통으로 만들던 기억을 애써 떠올리며 어찌저찌 구조는 만들었지만 영 부실하던 걸 아버지 도움으로 튼튼하게 만들었으니 괜찮을 거다. 연습할 때도 문제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해가 저기 산에 닿이기 전까지만 찾아다니다가 없으면 돌아가자.”
“알았어.”
이런 건 본래 토끼라도 한 마리 잡는 게 정석이것만 어린 놈 두명이서 숲을 빨빨거리면서 다녀봤자 동물이 보일리가 없었고 걀국 우리는 배를 곯으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정말이지 좆같은 이세계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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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어때요?”
“땜장이 일도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구나. 어지간한 수리는 이젠 혼자 다하겠는데?”
아버지 밑에서 어릴 적 나무로 조각이나 사포질만 하던 것에서 이제는 도제로 일하면서 땜장이가 되어서 수리만큼은 능숙해졌다. 우왁스럽게 머리를 쓰다듬는 아버지에게 나는 투덜거렸다.
“수리보다는 칼을 만들고 싶은데…”
“어허, 단조는 17세부터! 우리 집안의 얼마 없는 규칙이다.”
“네이네이. 이거 칼 아저씨한테 돌려드리고 숲에 갔다올게요.”
“알았다.”
수리한 물건을 들고 대장간을 나와 칼 아저씨 집으로 털레털레 걸어갔다.
“잉제스! 어디가냐!”
“칼 아저씨네!”
“잉제스! 나중에 대련 한 판 하자!”
“시간나면~”
“잉제스! 돌아갈 때 잠깐 들려라! 칼이 이가 나갔어!”
“예예~”
마을에서 가장 멀리 자리잡은 칼 아저씨네를 가기 위해서 두 세명의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니 고약한 냄새와 함께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칼 아저씨!”
“오냐, 잉제스 왔냐?”
우리 마을의 무두장이 칼 아저씨가 나를 반겨주었고 나는 품에서 수리한 단검을 꺼내 넘겨주었다.
“여긴 몇 번을 와도 안 익숙해지네요.”
“껄껄, 무두질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지 뭐!”
한참을 웃으며 단검을 받아 확인하던 칼 아저씨는 이내 만족한 얼굴로 챙기시고는 나를 돌아보았다.
“잉제스야. 내가 멋진 거 하나 보여줄까?”
“뭔데요?”
“있어봐라.”
잔뜩 신난 얼굴로 창고로 들어간 칼 아저씨는 나 한사람 정도는 충분히 들어갈법한 포대자루를 꺼내왔다.
“이게 뭔지 아냐?”
“몰라요??”
“아이오 놈이 크면 용병하러 도시로 나간다며?”
이 놈의 마을 좁디좁아서 금방 소문이 퍼진다니까.
“그래서 내가 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해봤지.”
포대 자루에 꺼낸 것은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는 보기 어려운 가죽 갑옷이었다.
“껄껄, 멋지지 않느냐. 나도 몇 년만에 만들어서 진땀 좀 뺏는데 다행이 실력이 죽지는 않았어!”
“멋지네요.”
“아이오 그 놈이 대가리 좀 크면 선물로 줘야겠어.”
“근데 보통 어린애들이 도시나가서 칼밥 먹고 살꺼라고 하면 말리지 않아요?”
전생처럼 시골에서 도시가는 것도 아니고, 위험하게 목숨값받고 산다고 하는 건데 보통 안 말리나?
“우리 마을은 굳이 도시 나가겠다는 놈들 안 말려. 그런데 말이다. 오히려 나간다는 놈들한테 선물 쥐어주면서 나가서 잘 살아라 하면 오히려 안 나가더라고! 껄껄껄!”
학교가기 싫다고 떼쓰는 애한테 진짜로 가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당황해서 학교 가는 거랑 비슷한 건가.
“진짜로 나간 놈들도 한 5년 지나면 돌아오거든! 껄껄껄! 아이오 고 놈도 나가서 쌈박질 하고 금방 돌아올게야!”
우리 마을에서 촌장님 다음 가는 연장자의 말은 생각보다 뼈가 있었고 그 모습에 나는 어색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보니 잉제스 너도 어떻게 도시 나갈꺼냐?”
“글쎄요…아버지도 아직 한창이셔서 아마도?”
아버지 나이가 지긋한 것도 아니시니 내가 한 명의 대장장이가 될 정도의 실력이 되어도 아버지는 여전하시겠지.
“아직은 별 생각이 없지만 도시에 가서 도제나 좀 하다가 돌아오던가 하죠 뭐.”
이 세계의 평민은 가업을 잇는 길 말고는 별다른 미래가 없다. 대장장이 아들은 대장장이가 되는 거고, 농부 아들은 농부가 되는거고. 나도 결국은 대장장이가 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거지.
“껄껄껄! 원래 젋은 놈들은 큰 물에서 놀다가 돌아오고 하는거지 뭐!”
“그것도 나가서 잘 살아라 하면서 마을에 붙잡아두는 그런 수단이에요?”
“껄껄껄!”
정말이지 좆같은 이세계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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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야 이세계 환생까지 했으니 이런저런 것을 기대했지만 10년 넘게 아무일도 없으니 그냥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고 있으니 갑작스럽게 변화가 찾아왔다.
“씨발.”
갑자기 들이닥친 군대에 의해 마을이 몰살되었다. 이유? 씨발 내가 그걸 알면 지금 숨을 쉬고 살아있을리가 없잖아.
“나무 모으기도 힘들어죽겠네.”
부서진 집의 나무로 부족해서, 마을의 나무꾼 아저씨의 집에서 구한 도끼로 숲에서 나무를 가져와 쌓았다.
“거 씨발, 12살짜리 어린 놈이 이정도했으면 만족하쇼. 다들.”
부서진 집들을 돌아다니고, 파헤치며 챙긴 이불을 한 사람, 한 사람 말아서 쌓아둔 나무에 올렸다.
“이 씨발 아이오, 용병이 되겠다는 놈이 반항도 못하고 뒤지냐.”
“칼 아저씨, 거 전에 만들었던 가죽 갑옷이라도 바치면서 살려달라고 하시지.”
한스, 제이, 밀리오, 다스트…
한 명 한 명, 마을 사람들의 이름과 함께 시체가 나무 장작 더미 위로 올라간다.
“어머니 철급 용병 출신이면 냉큼 도망치시지 뭐하러 반항을 하시다가 그리 가십니까.”
“아버지 평생 대장장이로 돌아가실 때 안 타면 어쩌나 괜한 걱정을 하시더니…”
마지막 부모님 시체까지 쌓은 나는 대장간에서 숯과 불꽃을 챙겨 나무 장작 더미를 불태웠다.
“씨발.”
이 세계의 장례 문화는 화장이 대부분이다. 매장을 할 수 있는 건 장례의 여신인 아케인의 사제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권력과 재력이 있는 자들뿐이었으니까. 함부로 매장했다가는 시체가 언데드가 되다던가.
“씨발.”
가족 장례도 내 마음대로 못하는 세계라니, 좆같은 이세계.
“씨발.”
내 마음도 모르고 활활 잘도 타오르는 장작과 시체들을 보며 나는 목놓아 울었다.
“씨발.”
나는 짐을 챙겼다. 어머니가 쓰던 활과 단검, 아버지가 쓰던 망치, 아이오가 성인이 되면 쓸거라고 자랑하던 숏소드, 칼 아저씨가 만들었던 가죽 갑옷.
“씨발.”
마지막으로 집 선반에 장식되어있던 엉망으로 부서진 이 세계의 수많은 신상들 중에서 복수의 신, 화렌차의 부러진 검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나는 타오르는 장작 더미를 뒤로 한채 걸음을 옮겼다.
“씨발. 개좆같은 이세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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