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용사와 늙은 짐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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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를 술과 숙취로 보내는 늙은 짐꾼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 별 관심도 없었고, 그 늙은 짐꾼은 그저 어디서 구해온 건지 모를 돈으로
매일 술을 마시고 기절하기를 반복했다
그런 그를 찾아온 것은, 자신을 용사라고 소개한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소녀였다
그녀의 이름은 페이카. 그녀는 자신이야말로 세상의 절반을 지배하고 있는 마왕을 물리치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올 용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짐꾼은 알고 있었다. 용사란 세계의 축복을 받아 특수한 능력을 가진 존재이며
눈앞에 있는 여자애는 그 축복을 받지 못한, 가짜 용사라는 것을.
그럼에도 짐꾼은 자신에게 손을 내밀며 함께 떠나자고 하는 페이카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했다
이윽고 두 사람은 세 사람으로, 세 사람은 다시 넷이 되었다
가짜지만 페이카는 그럭저럭 강했고, 무엇보다도 그녀에겐 사람을 끌어들이고 이끄는 재능이 있었다
리더의 자질이 있는, 조금 강한 여자애. 그러나 진짜 용사는 아닌 가짜 용사.
무엇보다도 그녀의 단점은 머리가 좀 나쁘다는 것이었다
늙은 짐꾼은 그런 그녀를 대신해 일행의 자금과 식량을 조정하고, 각종 잡일을 도맡아했다
동료였던 오크, 바타르는 그런 짐꾼을 무시하곤 했다
전투에 나서는 것도 아니요, 맨날 술이나 마시며 식량만 축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페이카는 늙은 짐꾼을 적극적으로 변호해주었다
사실 늙은 짐꾼은 이전에도 다른 파티에서 일했던 적이 있었다
어느 곳을 가도 주정뱅이인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뿐이었는데, 페이카만은 그를 무시하지 않았다
처음엔 아무하고도 대화하지 않던 그가 변하기 시작한 건 그녀의 믿음 덕분이었다
늙은 짐꾼은 종종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어느 용사는 강하지만 여자를 너무 밝혔다. 그 용사는 파티에 하렘을 차리려다가 질투한
여자애의 손에 죽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용사는 돈을 너무 좋아해서, 동료들한테도 매우 인색하게 굴다가 함정에 빠졌을 때 버려져
그 자리에서 굶어죽었다고 말했다
또, 어느 용사는 강력한 축복을 가지고 태어나 오만하게 살다가 망해버렸다고 말했다
처음엔 그를 무시하던 다른 동료들도 점차 늙은 짐꾼을 신뢰하고, 좋아하게 되었다
짐꾼은 이 파티가 자신이 있을 마지막 장소임을 깨닫고 가짜 용사인 페이카를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마왕을 죽일 용사가 되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맹세한다
하지만 모든 여정에는 시련이 따른다고 했던가?
파티는 어느 날 맡은 의뢰에서, 마왕군의 간부 레베넌트와 마주치고 만다.
레버넌트는 중갑옷을 입은 거한으로, 순간 이동과 엄청난 검술, 무지막지한 근력을 가진 강적이었다
일행은 필사적으로 레버넌트와 맞서 싸운다
그러나 레버넌트는 너무나도 강했고, 가짜에 불과한 페이카로선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적수였다
늙은 짐꾼은 레버넌트의 강함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한 번 싸워봤기 때문이었다
그의 첫 번째 파티는 레버넌트에 의해 전멸당했다
그는 그 이후로 두려움에 빠져 다시는 싸울 수 없게 됐고, 결국 주정뱅이 짐꾼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번에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그가 도망치자고 하지만, 페이카는 도망치지 않는다
용사는 도망치지 않는다. 그녀가 늘 하던 말이었다
늙은 짐꾼은 그런 그녀에게 너는 진짜가 아니라 가짜 용사라며, 가짜니까 그래도 된다며 설득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레버넌트에게 달려들어 죽음을 불사하고 필사적으로 싸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짐꾼은 마침내 각오를 다진다
과거, 자신의 파티를 전멸시킨 레버넌트의 앞에 그가 나선다
인벤토리 오픈.
그러자 그의 앞에 거대한 조각상이 튀어나와 레버넌트의 공격을 튕겨낸다
그게 바로 진짜 용사, 한때는 짐꾼 용사라 불렸던 그의 축복이었다
강력한 축복을 가지고 태어나, 그것만을 믿고 오만하고 나태하게 살았다
파티를 이끌기는 했지만 그는 리더로서 자질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그 결과 파티는 점차 와홰됐고, 끝내 레버넌트에 의해 전멸하고 말았다
짐꾼은 그 날의 두려움과 후회 때문에 다시는 싸우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그저 술로 하루를 보내는 남자로 전락했다
하지만 그는 가짜 용사를 구하기 위해, 진짜 용사로서 맞서 싸우기로 한다
그의 축복은 인벤토리. 그가 들 수 있다면 뭐든지 보관하고 바로바로 꺼낼 수 있는 축복이었다
늙은 짐꾼은 아주 오래 전부터 다시 레버넌트와 싸우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고,
그 결과 레버넌트마저 쓰러트릴 수 있는 전략을 완성하는데 성공했었다
레버넌트의 강점은 중갑과 근력, 가장 위협적인 것은 순간 이동이었다
짐꾼은 한 번 그 순간 이동에 속수무책으로 당해본 적이 있었기에, 그 약점도 철저히 연구했다
순간 이동의 약점은 연속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한 번 이동하면 몇 초 정도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약점을 파고 들어 짐꾼은 온갖 도구와 무기를 꺼내 레버넌트의 기동성을 깎아내기 시작한다
페이카와 동료들과 함께 레버넌트를 몰아세우는 짐꾼.
전황이 불리해진 걸 깨달은 레버넌트가 도망치려 하지만, 그가 거대한 자석을 꺼내 발을 묶어버린다
이윽고 페이카의 마지막 일격에 의해 레버넌트가 쓰러진다
숙적을 쓰러트리고 마침내 과거를 극복한 늙은 짐꾼, 아니 용사는 페이카에게 말한다
너를 진짜보다 더 진짜다운 용사로 만들어주겠다고.
그리하여 선택받지 못한 가짜 용사와 짐꾼이었던 용사, 그 동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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