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인권을 무시하는 신천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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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럴하네."

 

 

 

멋쩍게 들어온 손님 앞으로는 거만하게 앉은 도령이 있었다.

 

 

 

"그 쪽이 오지도 않았는데 꿰뚫기는 뭘 꿰뚫어, 닥치고 고민거리 있어면 냉큼 와서 앉기나 해!"

 

 

 

어라? 이게 아닌데.

 

 

 

어린 도령의 기에 눌린 손님은 곧바로 방석에 다소곳하게 앉았다.

 

 

 

분명 용하다고 들었는데?

 

 

 

강남 아니 서울 전역을 놓고 보아도 손에 꼽을 정도로 용하다는 신천도령이다. 그런데 지금 하는 행동을 보니 영...

 

 

 

"하는 행동을 보니 영 미덥지 않다?"

 

 

 

속내를 귀신 같이 꿰뚫어 본 도령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봐봐 역시 용한거 맞네.

 

 

 

"니 얼굴에 다 쓰여있어 이 가스나야."

 

 

 

아니 그러면 왜 내 고민은 못 꿰뚫어보냐고.

 

 

 

"고민거리 정도는 네 입으로 말해야 할것아니냐! 그럴꺼면 점집에 왜 왔어!"

 

 

 

어라? 그러고 보니 맞는 말이네.

 

 

 

"저... 실은 최근 만나는 남성이 하나 있는데."

 

 

 

"썸이야?"

 

 

 

"아니, 썸이랄꺼까진 아니고 그냥 밥 몇번 먹고 영화관도 몇번 가고-"

 

 

 

"진짜 꿰뚫어 버리기 전에 똑바로 말해."

 

 

 

"네, 썸입니다."

 

 

 

도령은 옆에 놓인 잔을 휘적거렸다. 잘그락 거리는 소리가 울리는 것이 그 안은 쌀로 채워진 것 같았다.

 

 

 

"인물 훤칠하고, 스펙도 빵빵하고... 이야, 제 복에 겨운 사람을 만났네."

 

 

 

뭐야, 저걸로 그런게 보여?

 

 

 

도령의 영문 모를 행동을 하는 와중에도 하는 말마도 속속들이 그녀가 만나고 있는 남성을 묘사하고 있었다.

 

 

 

"쯪."

 

 

 

도령은 이내 잔을 내려 놓으며 일갈했다.

 

 

 

"헤어져."

 

 

 

"네?!"

 

 

 

"헤어지라고. 아쉽게 됐어."

 

 

 

도령은 말을 마치며 부채를 펴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아니! 뭔 말을 해주면서 헤어지라 하셔야 제가 납득하죠!?"

 

 

 

"그 놈 곁에 암컷이 많구나?"

 

 

 

암컷?

 

 

 

물론 그를 처음 만날 때에도 어느정도 인기가 많다고 생각은 했었다. 잘생긴 외모에 고학력이면 꼬이는 여자들도 많을테니까.

 

 

 

"그래도 암컷이라뇨, 말이 좀 저급하시네요?"

 

 

 

"암컷을 암컷이라 하는게 뭐가 문제지?"

 

 

 

도령은 별꼴이라는 듯 부채를 부치며 열을 식히고 있었다.

 

 

 

21세기에 여성을 낮잡아 부르다니. 아까 가스나에서 한번 참았던 그녀는 여성의 인권을 무시하는 도령을 더이상 묵인할 수는 없었다.

 

 

 

"오해 하는것 같아 말해두지만, 나는 진짜 암컷을 말하는 것이다."

 

 

 

예?!

 

 

 

"개, 고양이, 여우... 시벌 염소랑 망아지도 껴있네... 뱀은 또 왜 껴있어? 성병 걸려 안 뒤진게 용하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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