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쓴 독자들 감상평으로 패죽이는 이영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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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라자, 눈마새, 피마새 등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대표 판타지소설 작가 이영도.

 

 

<눈물을 마시는 새> 팬픽 백일장에서 이영도 작가가 직접 감상평을 남겨줬는데....

 

 

 

 

 

20년 9월

그냥 즐겁게 잘 읽었다는 말만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백일장의 이름을 걸고 선별을 해야 하는 브릿G의 입장도 있고, 또 브릿G의 응모자 여러분이니 글쓰기에 대한 엉성한 한 마디라도 원하실지 모른다는 주제 넘은 생각이 들어 사족을 붙일까 합니다. 넓은 아량으로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하나는 넘치고, 둘은 모자라다

– 이 작품은 팬픽션의 쓰는 재미 쪽을 주로 추구한 것 같군요. 그렇다면 이 작품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이 뭔지는 자명해지는군요. 쓰면서 재미있으셨습니까? 그러셨기를 바랍니다.
– 예. 저런 질문을 하는 건 재미있으셨을지 타자가 확신을 못 한다는 거죠. 비슷한 톤과 비슷한 리듬이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는데 이렇게 쓰는 것이 재미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스스로 지겨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으니 즐거운 작업이셨을 거라 믿겠습니다.

 

 

  • 새를 마시는 눈물.

– 흐음.
– 삼가 직언하는데 글을 쓰시려거든 글을 믿으세요. 선문답을 하며 멋 부리는 것이 아닙니다. 글을 믿는 사람은 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듯이 글을 씁니다. 그리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소중한 도구이기에 글을 잘 손질하려고 애쓰고요. 그게 글을 신뢰하는 태도죠. 하지만 귀하의 글에서 보이는 태도는 그렇지 않습니다. 글을 안 믿으니 문장 하나 하나를 정성껏 쓰는 대신 메모하듯 대충 써놓고 허겁지겁 이야기를 따라 달려가는군요. 어휘를 안 믿으니 대명사나 보통명사를 쓰고 그 뒤에 괄호 열고 고유명사를 넣는군요. 낮은 맞춤법 수준도 글을 잘 닦아봐야 뭐 하겠냐는 불신감, 저신용의 반영처럼 보입니다. 본인은 부정할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은 보이는 것만 볼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글을 믿고 아끼시길 바랍니다.

 

  • 왕의 가면

– 와, 이게 뭐죠?

– 이 이야기의 줄거리를 요약해보면 ‘나는 전투에 참가했다. 뒷정리를 했다. 밥을 먹었다.’가 됩니다. 이런 줄거리라고 해서 안 될 건 없습니다.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주제가 ‘살아있기만 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도 막상 하는 건 살아가기다.’ 같은 것이었다면 쓰임새 좋은 줄거리였겠지요. 그런데 그렇게 보이지 않는군요. 작가가 다루고 싶었던 주제는 제목에도 드러나듯 페르소나에 대한 것인 듯합니다. 그러면 도대체 왜 저런 줄거리여야 하나 의문이 들죠. 혹시 주제에 비해 보면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신다면, 재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돌바람에 싹튼 꽃

– 이걸 글로 하는 쉐이키 캠이라고 해야 할까요.
– 아뇨. 영화 용어를 빌려 말한다면 러프 컷 정도로 보이는군요. 괴인이 자주 출현하는 이 업계에는 퇴고가 하기 싫으면 퇴고할 필요가 없게 쓰면 된다고 말하는 괴인도 가끔 등장합니다만 작가께선 그런 괴인은 아니신 것 같습니다. 퇴고가 필요해 보입니다.

 

 

 

  • 섬을 태우는 노래

– 이건 콜래트럴 데미지라고 하기도 뭣한데.
– 화려체의 매력은 압니다. 하지만 작가의 어휘력과 문장력은 화려체를 감당할 만큼 단련이 되어 있다 하기 어렵습니다. 비문이 빈발하는군요. 하지만 간결하게 쓰라고 하진 않겠습니다. 뻔한 해결책이라 끌리지 않기도 하고, 적은 횟수라도 바르게 해야 하는 운동과 달리 작문의 경우엔 좋아하는 방식으로 많이 쓰는 것이 나을 수도 있죠. 본인이 즐거운 방식으로 쓰세요. 허나 글 읽기는 더 많이 하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뭘 읽어야 하냐고요? 검색하기 좋은 시대입니다.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목록 작성자가 죽어봤을 리 없으니 신빙성이 떨어집니다만.), 청소년이 읽어야 할 책(중년이 읽어도 문제 없습니다.), 아니면 문화체육관광부 추천도서(우리가 낸 세금으로 정부에서 책도 골라줍니다. 괜찮죠. 낸 만큼 누리세요.) 같은 식으로 검색하면 쉽게 목록을 손에 넣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글들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목록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무슨 목록이든 관계 없으니 구해서 많이 읽으세요.

 

 

 

  • 왕을 위한 장송곡

– 세련된 정무 감각이야 애초에 기대 안 했지만, 달비 대사. 무슨 정치적 폭탄을 그렇게. 규리하제 고성능 세탁기가 세탁-헹굼-탈수-살균건조까지 단숨에 해주려고 덤빌 텐데.
– 응모작 중에 안 그런 글이 드물기야 합니다만 이 글 참 팬픽션 같군요. 스스로 자립할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갈등 구조? 원전에서 다 봤을 거 아냐. 나는 해결만 쓴다!’네요. 새로운 갈등 구조를 만들어내기는커녕 기존의 갈등 구조를 해설하는 작업도, 아니, 그러려는 낌새도 안 보이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하실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죠.

 

 

  • 인간을 사랑한닭

– 혹시 타자의 글을 보시던 중 주변으로부터 ‘너 그런 거 보니?’ 라는 시선을 받은 경험을 하신 적이 있다면, 타자가 전부 잘못했습니다.
–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거의 전적으로 데오늬 달비의 캐릭터성 하나뿐인데 그것이 작가의 창의력이 느껴지는 고유 해석이나 재창작이라 보기엔 부족하고, 그렇다고 원전 이해가 심오하다고 하기도 어렵고. 아쉬운 점들이 있군요. 사실 캐릭터의 파편 하나만 가져오는 건 팬픽션 창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긴 하죠. 하지만 그 파편은 그 작품 속에 있었기에 번득였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 철창의 목소리

– 저걸 전부?
– 작가의 대변인 선정이 아쉽습니다. 극연왕 캐릭터의 도입 시도는 좋았다 봅니다만 그렇잖아도 행동도 소통도 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는데 그 관찰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철창의 집중력이 낮군요. 철창의 관심 상당 부분이 티나한에게 가는 바람에 극연왕 캐릭터가 할 수 있는 것이 제약됩니다. 사실 따져보면 아무 것도 안 했죠. 작가 고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극연왕 캐릭터가 이렇게 되는 바람에 결국 이 작품은 원전의 줄거리 요약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독서 기억의 환기라는 면에서는 팬픽션답다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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