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손톱을 자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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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사진이나 손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면 매번 일장 설교를 듣는다

 

그걸로 가정교육이 보이는거야

위생감이 없어보여

이새끼 여친 절대 없음 ㅋㅋㅋ

 

그때마다 그냥 허허 웃어 넘기거나 기타친다고 둘러대지만

사실 이유가 있다

 

4년을 만난 나의 일본인 여자친구는 내 손을 참 좋아했다

손톱이 예쁘다며 매니큐어 한번만 칠해보겠다 졸랐지만

남자친구를 게이로 만들거냐며 싸늘하게 피했던 기억뿐이다 

 

그저그렇게 시간들이 흘러가며 나이를 먹어가던 24살의 여름날

후쿠시마와 가까운 자취방 때문이었을까

여자친구는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에 들어갔다

 

코로나 때문에 기약없이 길어지는 시간들을 삼켜가며

민머리가 된 그녀와 영상통화를 할때는 어김없이 내손을 보고싶다고 말했다

이제는 매니큐어같은거 말하지 않을 테니까 잡게라도 해달라며

 

고작 손톱에 색칠하는것 따위로 그렇게 싸늘하게 말했어야만 했나

몇번을 후회하며 치약하나 사러 올리브영에 들릴때도

구석 한켠에 있는 매니큐어칸이 보이면 무심결에 집어들곤 했다

 

 그렇게 가지각색의 매니큐어가 모여 서랍하나가 채워질때쯤

일본정부는 무비자 한국인의 입국을 허용했다

 

나는 올해 10월 니이가타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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