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문학) 아버지는 가난의 이자를 환타로 내셨다

https://youtu.be/hp9K17211VU

 

 

 

 

돈이 없어서 못해본 것은 평생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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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내 아버지는 어린 시절 가난해서 환타를 마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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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작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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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환타를 마시며 본인 제삿상에도 정종 치우고 환타를 올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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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별 것도 아닌 것이 돈이 없어서 '못했다'라는 이유로 당사자에게는 평생의 기억으로 남는 것이다

 

 

 

 

따라서 돈이 없으면 사람의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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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환타 한 병이 뭐 그리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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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버지에게 환타는 어린시절 추억이라는 달콤함이자 동시에 가난의 박탈이 무엇인지 알려준 서글픔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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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버지는 자식들이 소풍갈 때 음식만큼은 절대로 돈을 아끼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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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뿌듯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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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어린시절 겪었던 그 박탈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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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그토록 마시고 싶었던 환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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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식이 당연한듯이 마시면서 웃는 그 모습을 보며 뿌듯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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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타는 정말로 달콤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정녕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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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자식을 위한다면 차라리 치과를 한 번 더 갔어야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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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자식을 위한다면 차라리 그 돈으로 보험을 들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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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를 마시면서 다리를 절뚝이는 아버지는 자식에게 압도적인 서글픔만 맛보게 해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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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타는 정말로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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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에는 이자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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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부모가 아이에게 핸드폰이나 비싼 게임기를 사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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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여자가 자신에게 명품백이나 고급 해외여행을 선물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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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돈이 없어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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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기에 평생 마음의 상처로 남는다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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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신의 경제적 미래를 갉는다는 차악을 선택한다

 

 

 

 

가난하다고 생각이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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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금 당장을 위해 미래를 갉아먹을 것을 강요당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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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가난의 정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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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눈 앞의 것을 먹지 않으면 더 많은 것을 주겠다고 해도 먹는 아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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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는 그 아이들이 어리석다고 비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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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라고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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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 아이는 눈 앞의 것을 먹지 않으면 미래까지 버틸 수 없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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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 아이는 현재를 참고 노력했지만 약속된 보상을 받아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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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 아이는 지금 우리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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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면 골방에 박혀서 환타나 마시란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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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당당하게 살아가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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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했을때 가장 큰 문제는 가난해서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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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어린시절 환타를 못 먹었지만 나는 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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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는 것과 안 먹는 것은 결국 둘 다 환타를 사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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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행위를 관점만 바꾸면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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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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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한 유혹은 다 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천만원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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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상적인 욕구의 대부분은 실현시킬 수 있는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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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술, 옷 그리고 무엇보다도 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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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보이는 웬만큼 비싼 가게에 가도 천만원이면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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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순간부터 내가 돈이 없어서 "못하는"게 아니라 돈은 있지만 "안하는"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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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대부분의 소비는 내가 혹해서 사는 것보다 정말로 필요해서 사는 것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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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나를 보며 그럴거면 그 돈 뭐하러 모았냐고 하겠지만 나는 내 소비가 적은 것이 부끄럽지 않다

 

 

 

 

 

단순히 정신승리에 불과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나는 답할 것이다 -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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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이런 인플레이션 시기에 천만원을 그냥 놀게두는 것이 어리석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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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에게 이 천만원은 이미 충분히 제역할을 다하고 있는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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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친구에게 비싼 저녁을 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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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보고 고민하다가 사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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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에 전화온 사람에게 돈을 빌려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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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갔더니 150만원이 나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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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가 개소리하면 속으로 때려치고 여행이나 갈까 생각할 때

 

 

 

 

(아버지도 정답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천만원을 비상금으로 두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맞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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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 또한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가난의 이자를 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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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돈은 비상금이 아니라 연금저축계좌에 있어야 할 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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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정녕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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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것은 그저 아버지가 몰라서 나에게 준 서글픔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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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환타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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